냄비는 보통 이것 저것 아무것이나 요리하기 위한 용도로 쓰인다.

경동산업(대표 최용재)의 라면냄비는 이러한 기존 틀을 파격적으로
깬 작품이다.

라면냄비는 오로지 라면이라는 특화된 품목의 요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같은 특화전략으로 이 제품은 올 1월 출시돼 9월말 현재까지
20만개가 넘는 대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월평균 2만개이상 판매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운 것이다.

지금까지 아무리 잘팔리는 냄비라도 겨우 월평균 1만개를 넘긴 경우가
최고기록이었다.

특히 냄비는 아무리 품질과 성능이 뛰어나더라도 보통 6개월가량이
지나야 소비자들이 반응하는데 비해 라면냄비는 출시되자 마자 대인기를
끌었다.

회사측은 이 추세대로 간다면 올해 30만개 판매는 무난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라면냄비는 기존 냄비시장에서도 제품을 특화해 틈새시장을 개척한다면
얼마든지 선전할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경동산업의 이희성 개발부장. 라면냄비의 기획에서부터 개발 디자인까지
진두지휘한 야전사령관이다.

이부장은 "학창시절 라면회사에서 표창장을 받아야 할 정도로 라면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그는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 냄비뚜껑에 라면을 덜어 식혀 먹는 점에
착안해 라면냄비를 개발했다.

라면냄비는 그래서 손잡이가 두개다.

아랫부분외에도 뚜껑에 손잡이를 단 것이다.

냄비뚜껑을 한손으로 잡고 편리하게 라면과 국물을 먹을 수 있다.

이 손잡이는 인체공학적 베이크라이트수지로 제작, 열과 충격에
강하다.

이 제품의 디자인은 라면은 기름기가 많이 있다는 점을 고려, 세척이
편리하도록 최대한 단순화시켰다.

재질은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스틸을 사용했으며 삼중바닥으로 요리의
효율을 높였다.

이 제품의 주요 타깃은 독신자와 신세대등이다.

가격도 2인용 기준 2만5,000원가량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책정, 이들
주요소비층의 부담을 덜었다.

이 회사는 5개월동안 총 8,000만원을 들여 이제품을 탄생시켰다.

이제는 한국 못지않게 라면애식가가 많은 일본시장에서도 라면냄비
바람을 불러 일으킬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회사측은 "라면냄비로 특허를 출원,타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했다"며 "기존 냄비와 달리 이 냄비는 라면의 인기가 지속되는
한 장기간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 류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