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의 1일 국군의날 46주년 경축사는 무장공비침투사건후 정부의
대북정책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수 있다.

김대통령도 경축사에서 "앞으로 북한의 대남적화전략에 효과적으로 대응
하는데 중점을 두고 모든 대북한정책을 재정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경축사를 통해 정리된 대북정책은 <>군사훈련의 강화와 장비의 현대화
<>대북지원재고 <>안보의식제고 <>우방국과 공조체제강화 등으로 요약될수
있다.

특히 김대통령이 "앞으로 북한의 명확한 태도변화가 있을때까지 일방
시혜적이거나 교섭에 의하지 않는 대북한지원은 재고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정부가 앞으로 국제기구를 통한 정부차원의 지원뿐만 아니라 대한적십자사를
통한 인도적 지원까지도 중단할수 있음을 예고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점은 발표시점이 무장공비침투사건직후의 국군의 날이라는 점을 고려
하더라도 8.15경축사 내용과는 선명히 구분된다.

김대통령은 8.15경축사에서 <>북한의 안정을 원하며 <>북한의 고립을 원치
않고 <>일방적인 통일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3대원칙과 경협확대 농업
지원등 유화정책에 비중을 뒀었다.

이처럼 정부의 대북정책이 8.15경축사의 유화기조로부터 불과 1개월여만에
초강경으로 선회한 배경에는 김대통령의 강력한 뜻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김대통령이 이번 무장공비침투사건으로 북한에
배신당했다고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김대통령은 무엇보다 취임이후 이인모노인송환 15만t의 대북쌀지원등
북한을 동포애로 대했음에도 돌아온 것은 한결같이 실망과 적반하장격의
도발뿐이었음을 뼈져리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무장공비들이 남한에 침투하기 위해 북한을 출발한날(9월13일)이 우리가
참가를 추진했던 나진.선봉포럼이 개최된 날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
컸다는 후문이다.

당국은 지난달초 북한이 나진.선봉투자포럼에 우리측 참가신청자를 선별
초청한 때로부터 "북한내부에 모종의 변화가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기구를 통해 전원 초청의사를 분명히 한 북한이 국제적 약속을 파기
하면서까지 우리측 참가신청자를 선별초청한 배경에는 강경파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무장공비침투사건은 바로 이런 추론을 검증하는 기회가 된 셈이다.

북한내 군부강경파는 김일성사망이후 김정일이 사실상의 군정을 실시하면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어 전면적 도발까지 배제할수 없다는게 관계당국의 분석
이다.

김대통령이 경축사를 통해 천명한 대북정책은 앞으로 북한을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카드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권오기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은 지난 30일 국정감사 답변을 통해 "무장공비
침투사건으로 북한은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면서 "그 시기와 형식은 이
자리에서 밝힐 수 없다"고 밝혀 정부가 모종의 실제행동을 준비중임을 시사
했다.

그러나 이런 실제행동의 일부는 이미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은 지난달 무장공비침투사건직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간 협상자리를 통해 "이런 사건이 터지면 공급사업이 추진되기 어렵다"
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양측이 이 협상에서 부지및 서비스의정서에 합의했으나 가서명을
유보토록 했다.

아무튼 정부는 이같은 대북강경책 철회의 전제로 북한이 이번 무장공비침투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당국간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내부적으로 명확히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는한
남북한사이에는 한동안 강경대치가 지속될 전망이다.

<허귀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