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 < 선경증권 이사 >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추석이 고향가는 설레임으로 들뜰 시기이지만 채권시장
관계자들에게는 과거부터 추석이 연중최대 자금성수기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시세변동에 어느때 보다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채권시장이 크게 활발하지 못했 90년 이전을 보면 추석이 다가오면 통화
당국의 추석자금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를 평소보다 많이 풀어 금리가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추석이 지나 통화당국의 통화환수가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금리는 다시 상승하는 패턴을 보였다.

자금의 양으로만 본다면 당연한 결과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채권시장이 회사채 중심으로 보다 성숙해진 90년도 들어서는
양상이 바뀌어 금리는 추석전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다가 추석이후
큰 폭으로 하향안정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 기간도 추석전에 통화가 방출되고 추석이후에 통화환수가 이루어졌음
에도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가장 큰 이유는 채권투자자와 통화당국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매년 추석이후 통화환수로 금리가 상승하는 것을 경험한 투자자들은
투자시기를 추석이후로 잡고 추석이후로 운용자금을 집중시켰고, 반면
통화당국은 추석이후 급격한 통화환수가 금리상승을 유발하자 무리한
통화환수를 자제하게 되었기 때문에 예상을 깨고 시중자금이 넘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은 추석자금의 규모가 시중총유동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하락하여 추석자금의 의미가 자금시장에서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89년말기준으로 59조원에 불과하던 총통화(M2) 규모가 연평균 17.5%의
증가율을 보여 "96년 8월말 현재 162조원으로 7년새 3배 규모로 커졌다.

따라서 추석자금 3조~5조원의 이동이 자금시장에서의 영향력이 갈수록
약해지는 것이다.

5~6년 계속된 이러한 패턴이 올해는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올해도 추석이라는 이슈가 채권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예상되는 불안요인에 대한 당국과 투자자의 대비가 충분한 데다 급격한
경기위축 등으로 추석자금수요가 과거에비해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채권에 투자하고자 하는 투자자는 추석자금이라는 변수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향후 경기흐름과 관련한 거시변수와 추석이후 시행되는
근로자 장기저축 등이 미칠 단기적인 자금시장의 흐름을 냉정한 시각으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