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불황이 엄습하기 시작한 올해초 엉뚱하게도(?)중간간부
25명을 미국 코넬대학의 미래경영자 과정에 입학시켰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런 사람들을 교육파견하게 아니다.

각사업부에서 핵심역할을 해온 최고엘리트만 뽑아 코넬대로 유학을
보냈다.

해외교육만이 아니다.

국내에도 다양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우선 서강대와 울산대에 6개월 코스의 MBA과정을 개설해 1차로 정예요원
60명을 입학시켰으며 외국어대의 외국어연수과정에도 분기당 40명씩
파견키로했다.

고졸학력의 생산직 사원들을 위해서는 울산전문대에 23주간의 위탁교육
과정을 만들었다.

근무경력 13년차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울산전문대 위탁교육에는
현재 87명이 들어가 정보관리 생산관리 사무관리등의 업무를 익히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올해 교육예산은 모두 2백억원.지난해보다 무려 62.6%나
늘어난 규모다.

많은 기업들이 불황타개를 위한 경비절감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교육비를
삭감하고있는 것과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는 명예퇴직등 "살빼기 전략"과도 정반대되는
처방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가 명예퇴직등 감량보다는 교육훈련 강화쪽으로
방향을 잡은데는 그나름의 이유가 있다.

"호황 때는 일이 바뻐 교육을 시킬래야 시킬 수 없다.

불황기가 아니면 교육은 불가능하다.

불황 때 직원들을 한단계 더 레벨업시켜 호황을 대비해야 한다"
(박병재사장)는 게 현대자동차가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린 이유이자
배경이다.

현대자동차라고 해서 경비절감의 필요성을 느끼지않는 것은 아니다.

경상이익율이 0.9%로 제조업 평균에도 못치는게 자동차업계의 현실이고
보면 경비절감의 필요성을 더 느끼면 더 느꼈지 덜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하루가 다르게 재고가 늘고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경비절감도 교육훈련을 통해서 했다.

대표적인 예가 CR센터 교육.CR센터는 울산공장에 설치된 원가관리부서로
과.차장급 중간관리자는 반드시 여기서 실시하는 2주간의 교육에 참가,
원가누수방지 방안을 제시토록 의무화했다.

현대가 협력업체 선정방식을 경쟁입찰로 바꾼 것도 CR센터 교육과정에서
아이디어가 나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감량대신 교육훈련을 강화키로 한데는 노하우의 영속성을
유지시킨다는 의미도 담겨져있다.

"인력이 남아돌기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팀제 실시로 보직을 잃은 중간관리자가 부지기수이나 그들은 내보낸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불황이라고 해서 사람을 내보내다 보면 개개인이 쌓아온 노하우를 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게 이 회사 최고경영층의 지론.

인재개발실 김종근과장은 일본 가와사키중공업과 미국 델타항공을
비교하는 것으로 설명을 대신한다.

"델타항공은 불황때 직원들을 대량 감원함으로써 경비절감의 효과를
거두긴 했으나 노하우의 단절에 따른 서비스 질의 저하로 일류기업의
대열에서 밀려났다.

반면 가와사키중공업은 조선불황기에 직원들에게 CAD등을 가르쳐
다른분야에 전환 배치함으로써 어려움을 이겨냈다"는 것.

교육도 투자자.

그런 점에서 현대자동차는 "불황기에 투자한다"는 투자의 원칙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김판곤인사총무본부장(전무)은 "교육훈련의 확대는 "제2의 엑셀신화"를
창조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심각한 불황에 시달리던 80년대초 당시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연산 30만대 규모의 대단위 공장을 세워 "엑셀신화"를 창조했던 것과
마찬가지 개념에서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있다는 얘기다.

다만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로 불황을 탈출한 80년대초와 달리 지금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에 승부를 걸고있다는게 다를 뿐이라고 김본부장은
설명했다.

현대자동차는 하반기에도 예정대로 직원들을 사내외 교육기관에 파견할
계획이며 내년에는 교육예산을 더 늘린다는 방침을 세워놓고있다.

불황기에 교육투자를 늘린 기업과 경비를 줄인다고 교육비를 삭감한
기업.불황을 넘긴뒤 그들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있을까.

<김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