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재계가 일찌감치 반대입장을 들고 나온데 이어 최근 통상산업부도 재계의
손을 들어준데다 법무부마저 전속고발권 문제와 관련,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또 재정경제원도 최근 경제상황과 관련, 기업의 의욕을 꺾지 않는 방향으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법개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그동안 공정위와 법무부는 공정거래 사건에 대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과
관련, 한달이 넘게 협의를 했으나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공정위는 부당거래거절, 거래상대방 차별등 일반불공정행위는 아예 형사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나머지 공정거래법 위반사건에 대해서도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수 있도록 하는 소위 "전속고발권"을 계속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법무부는 일반불공정행위는 물론 다른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이 직권으로 공소를 제기할수 있도록하고 일반 시민의 고발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위는 미미한 일반불공정거래 행위에까지 형사벌을 과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데다 일반시민의 고발권을 인정할 경우 수많은 고발사건으로 업무
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는 입장이다.

또 검찰의 직권수사가 남용될 경우 자칫 경제활동에 지장을 줄수도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에대해 소비자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인지하고도 공정위의 고발이 없어 수사에 착수하지 못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이번 법개정 과정에서 삭제해야 한다
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 부처는 이 문제에 대해 한달이 넘게 협의를 했으나 실무선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법무부는 12일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에 나섰다.

공정위는 그렇지 않아도 채무보증 철폐와 친족독립경영회사 도입 방침에
대해 통상산업부는 물론 재계의 반대가 거센데다 법무부마저 "전속고발권"과
관련, 발목을 잡고 나서 모처럼 마련한 법 개정안의 골격마저 흔들리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더욱이 부당내부거래 범위에 자금과 자산거래를 포함시키기로 한 것도
구체적으로 집행과정에서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할지가 불분명해 이 문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채 외부기관에 용역을 맡겨 놓은 상태다.

김인호 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개정안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겠다"
고 말했으나 채무보증 폐지시기를 신축적으로 조정하고 친족독립경영회사
도입도 상당부분 수정할 뜻임을 밝혀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폭 퇴색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이 워낙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법이긴
하지만 이번처럼 개정이 난항을 겪을 줄은 몰랐다"며 "아무도 우리편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선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