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해 차량인 전기자동차가 국내에서도 곧 실용화될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GM 등이 오는 11월부터 전기자동차의 시판에 들어갈
예정이다.

환경부는 최근 각 업체들이 개발한 전기자동차를 올말까지 실용화하기로
하고 우선 한국전력 등 공기업이 구입해 사내용으로 시범 운행토록 했다.

또 운행 후 문제점을 보완해 단계적으로 운행지역을 확대하고 일반에게
판매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삼성자동차가 국내에선 처음으로 하반기부터 전기차를 실용화할
예정이어서 전기차 실용화 전망을 밝게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7월 최고시속 130km인 전기차 40여대를 시험적으로 생산,
빠르면 오는 10월부터 삼성전자 영업소의 애프터서비스용 차량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180km를 운행할 수 있으며 알루미늄 프레임
구조에 유리섬유강화 플라스틱(FRP) 차체를 채택해 경량화를 극대화한게
특징.

삼성은 이 전기차를 삼성전자 대리점에서 시범 운행한 뒤 일반
수요자가 원할 경우 시판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앞서 이미 2~3년전부터 전기차 개발을 진행해온 현대 기아 대우
등도 최근 개발을 마무리하고 실용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3월 최고속도와 가속시간이 일반 가솔린 엔진차량과
맞먹는 엑센트 전기차를 개발했다.

이 차는 최고시속과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각각 시속 140km와 390km에
달하며 시속 100km 도달시간이 15초에 불과할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현대는 이 전기차가 미국 GM사가 개발한 임펙트 전기차보다 성능이
우수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대는 이미 올초 동아국제마라톤에 이 차량을 선보인데 이어 앞으로
공해방지용 무공해차량으로 실용화할 계획이다.

기아자동차는 지난 88년부터 전기차를 개발, 올림픽 마라톤 선도
차량으로 선보이는 등 전기차 실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아는 특히 작년말 기존 전기차의 성능을 한층 향상시킨 세피아
전기자동차를 개발, 일반에 선보였다.

이 전기차는 최고시속이 160km에 달하고 시속 100km 도달시간이 19초에
불과하다.

특히 이 차의 주요부품중 90%가 기아의 독자기술로 개발한 것이다.

기아는 이 차량의 개발에 앞서 이미 지난 94년 경기도 광명시에
전기자동차를 기증해 시범 운행토록 했다.

그러나 전기충전시설 등의 문제로 실제 운행에는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자동차도 지난 4월 씨에로를 모델로 한 전기자동차 "DEV4" 개발에
성공, 올말까지 10대를 시험제작해 국내에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DEV4는 최고출력 95마력, 최고시속 120km의 성능을 발휘하며 1회
충전으로 300km를 운행할 수 있다.

대우는 전기차 10대중 3대를 객관적인 성능시험과 애프터서비스 등
관련자료 확보를 위해 1년간 사내용으로 시범운행하고 나머지는 환경부
등 관련기관에 공급키로 했다.

또 일반 시판을 위해 올해안으로 전기차 형식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완성차 4사가 개발을 완료한 전기차는 예상과 달리 상용화에는
아직 문제가 있는 것으로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충전시간이 너무 길다는 점.

삼성 전기차의 경우 1회 충전에 걸리는 시간이 가정용 전원으로 무려
8시간, 현대 기아 대우 등은 6시간 내외정도다.

예컨대 서울에서 대전까지 가는데 최소 6~8시간의 충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충전시간을 단축시키는 게 최대의 과제로 남아있다.

판매가격도 실용화의 장애로 지적된다.

고성능 니켈 메탈전지를 사용하고 에어컨과 히터 등을 전기자동차용
냉난방 시스템으로 변환하는 데 적지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어쨌든 삼성에 이어 승용 3사도 환경부 등과 협력해 올해안으로
전기차를 시범 운행한다는 계획이어서 국내에서도 늦어도 98년까지는
전기차가 거리를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 정종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