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과 금융연구원이 6일 공청회에서 내놓은 "은행 책임경영체제
강화방안"은 은행의 소유구조는 바꾸지않돼 외부의 감시와 견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경영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표현이다.

지금의 은행경영구조는 은행장 1인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되고 경영
성과를 평가.통제하는 견제기능이 결여된 탓에 경영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은행안팎의 공감대를 반영한 것이다.

현행제도로 선출된 은행장들은 어떤 간섭도 받지않고 막강한 권한을 누리게
되어 있다.

특별한 사고가 없는한 쉽게 연임할수 있어 현실안주성향도 크다.

때문에 이들에게 세계적 추세인 합병 및 조직정비등 경쟁력강화와 구조
조정노력을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점도 제도개선의 주요 요인이다.

이번 공청회에서 소유구조논의를 생략키로 한 것은 현시점에서의 주인찾기
논쟁은 아무런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은행주인찾기는 곧바로 대기업그룹의 경제력집중문제로 이어지는 만큼
모두가 공감하는 결론을 도출하기는 어려운게 현실이다.

정부는 그래서 소유구조논쟁은 비껴가는 대신 경영구조상의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한 몇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재경원과 금융연구원이 공동작업결과 내놓은 안은 <>현행 은행장추천위원회
제도를 조금 보완한 것 <>비상임이사중심의 이사회제도도입 <>경영위원회
제도 도입등 세가지다.

은행들은 주로 큰 변화가 없는 현행제도보완쪽을 지지하고 이론을 중시하는
금융연구원과 학자들은 개혁적인 이사회방안에 찬성하는 편이다.

의견을 듣는 입장인 재경원은 공식 의견을 말하진 않지만 내심 경영위원회
제도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세가지안 모두 적지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가장 좋은 안보다는 가장 문제가 적은 안이 최종 선택기준이 되는 만큼
어느 안이 채택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의견이 한곳으로 모아지지 않으면 현행 제도로 그냥 갈 수밖에 없다는게
재경원의 판단이다.

현행 제도보안의 경우 제도변화에 따른 파장이 적다는 점에서 은행들이
찬성하고 있다.

반면 현행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인 감독과 견제기능을 살리지 못한다는
점에서 제도개선의 의미가 없는 것으로 지적된다.

이사회제도도 너무 이상론에 치우쳤다는 지적을 받는다.

책임경영은 강화되겠지만 은행을 잘 모르는 인사들이 은행경영에 너무
깊숙이 참여하게 되고 주로 기업인들로 구성될 비상임이사들이 은행보다는
자기 회사의 이익을 앞세울 가능성도 크다.

경영위원회제도는 경영위원회가 상법에도 없는 제도라는 점에서 정부가
너무 행정편의적으로 제도를 바꾸려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더군다나 "이론" 위주로 제도를 바꿀 경우 "현실"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같은 시중은행이라도 선발대형은행과 후발은행들의 입장차이가 크게 다르고
한 은행에서도 임원들간의 견해가 다르다.

따라서 일률적인 제도개편이 은행 임직원들의 사기를 꺽어 놓는등 가뜩이나
취약한 금융산업의 기반을 흔들어 놓아서는 곤란하다는 지적도 많다.

이론에 치우친 개선안이 현실을 "개악"시키지 않도록 세심히 배려가 필요
하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