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영화 TV를 모두 넘나드는 전천후 연기자 김갑수씨(39).

10일부터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님의 침묵"에서
만해 한용운역을 맡은 그는 또다시 삭발하느냐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삭발 단골 배우"라고 불릴 정도지만 영화 "똑바로 살아라" "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의 촬영 때문에 망설이는 것.

"이번 무대는 제게 남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만해역에 몰두하려 영화촬영을 뒤로 미룬 만큼 머리가 빨리 자라준다면
삭발했으면 좋겠는데."

77년 현대극장 1기생으로 연극에 입문해 단역과 뮤지컬 코러스역만
맡던 그는 84년 초연된 이 작품에서 만해역을 맡아 호연함으로써 단숨에
주연급 배우로 부상했다.

"그때는 20대의 혈기로 만해의 대쪽같은 성격과 강인한 면에 치중해
정열적으로 연기했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지조를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독립투사로서의 만해보다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시인으로서의 만해를 많이 생각했다는 그는 이번 무대에서는 최후까지
변치 않기까지 만해가 겪었던 고통과 인간적인 갈등을 표현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지금이 만해를 연기하기에 가장 적당한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초연때보다 훨씬 중후하고 원숙한 연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번 무대에서 그는 만해의 시에 곡을 붙인 "님의 침묵" "나룻배와 행인"
"길이 막혀" 등 모두 9곡의 노래를 부르고 간간히 춤도 보여줄 예정.

"아 이상" (94) "바람분다 문열어라" (95)에 이어 이 작품에
출연함으로써 김갑수씨는 3년연속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의 주연을 맡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