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을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한 연극 2편이 96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으로 나란히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끈다.

국립극단 (단장 정상철)이 9월5~14일 국립극장소극장무대에 올리는
"춘향아, 춘향아"와 극단전망 (대표 심재찬)이 9월3~16일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여시아문"이 화제작들.

"춘향아, 춘향아" (이근삼 작 김광림 연출)는 우리 고전의 연극화
작업에 힘써온 국립극단이 올해부터 엮어 나갈 "재미있는 우리연극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

원로극작가 이근삼씨가 새롭게 해석한 "춘향전"을 96백상예술대상
작품상 수상작 "날 보러와요"를 만든 김광림씨가 각색.연출한다.

종전의 춘향전이 변학도 개인의 탐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이
작품에서는 지배권력의 구조적인 악습이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설정된다.

변학도는 전임자이자 절친한 동문인 이한림 (몽룡의 아버지)과 결탁,
춘향을 벌주고 저수지공사를 일으켜 민중을 착취한다.

이몽룡은 변학도를 처벌하려 하지만 그의 뒤에 버티고 있는 관료체제의
벽에 부딪혀 어사출도를 하지 못하고 떠돌이생활에 들어간다.

변학도의 학정에 대항하고 민중의 분노를 대변하는 인물로 몰락양반의
자제인 길도와 명월 남매가 등장한다.

춘향대신 관기로 들어간 명월은 변학도의 학대에 광기로 맞서지만
동료기생들에게 맞아 죽고 광대 길도는 민중봉기를 일으키다 실패,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조선시대 봉건관료체제의 부패상에 초점을 맞춰 부정과 결탁으로
얼룩진 현대 공직사회를 꼬집어 보려 한다"는 김광림씨는 "변학도의
횡포, 춘향의 수절, 길도와 명월의 죽음등을 사랑과 권력을 갈구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에너지가 사회구조와 제도에 억눌려 광기로 나타났음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96남원춘향제에서 춘향선으로 뽑힌 곽명화씨가 춘향역을 맡고 백성희
오영수 전국환 이상직씨 등 국립극단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문의 274-1151.

"나는 이렇게 들었다"라는 뜻의 법어에서 제목을 따온 "여시아문"
(장윤환 작 심재찬 연출)은 권력의 속성인 희극성을 우화적으로 표현한
마당극.

변학도는 춘향이 수청을 들기로 하자 "경축기간"을 선포, 백성들에게
웃는 표정을 지으라는 명령을 내린다.

웃지 않은 백성들이 줄줄이 잡혀오자 형방과 침쟁이는 백성들에게 웃는
침을 맞게 해 돈을 챙긴다.

춘향이 도망가자 상황은 반전, 슬픈 표정을 지으라는 "애도기간"이
선포되자 웃는 침을 맞은 백성들이 다시 잡혀온다.

어사출도한 이몽룡도 형방과 침쟁이와 야합, "덕치기간"을 선포한다는
내용.

지난 6월 초연돼 국민의 일상생활까지 왜곡하는 권력의 실상과
그 틈새에서 이득을 보는 세력을 잘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의 742-6666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