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영화투자 방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

여러 영화사에 제작비를 분산지원하던 단발식 투자에서 벗어나 장래성있는
특정 영화사를 전속프로덕션으로 선정, 제작비 전액을 제공하는 일괄투자
방식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

이같은 움직임은 대우 삼성 등 선발업체를 중심으로 본격화되기 시작해
최근에는 후발주자인 현대 선경 진로 등 대부분의 영상산업 참가사들로
확대되는 추세다.

그런가 하면 몇몇 창업투자회사들이 전문적인 영상투자펀드를 조성, 영화
제작에 공동투자하는 기법도 서서히 자리잡아가고 있다.

대우는 씨네2000(대표 유인택.이춘연) 선익필름(대표 임충열) 미라신코리아
(대표 안병주) 등 3개사와 장기협력계약을 체결하고 영화제작 전반에 걸친
공조체제를 굳히고 있다.

대우는 씨네2000과 올 상반기 "지독한 사랑"을 선보인데 이어 연내 "그들만
의 세상" 등 3편을 제작키로 했으며 선익필름과 2편, 미라신코리아와 2편 등
모두 7편을 만들 계획이다.

삼성은 우노필름(대표 차승재)과 프리시네마(대표 김인수)를 전속프로덕션
으로 집중 육성키로 확정, 이들 회사의 영화에 제작비 전액을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돈을 갖고 튀어라"를 만든 우노필름과는 촬영중인 "깡패수업"과
허영만 만화를 원작으로 한 "비트"(김성수감독) 등 2편을 만들며
"정글스토리"를 제작했던 프리시네마와도 새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은 이들 영화사와 연4~5편의 영화를 지속적으로 만들 방침이다.

현대도 금강기획을 중심으로 신설영화사 리앤리필름프로덕션(대표 이진영)
과 손잡고 한국영화 제작에 착수했다.

첫작품은 이광훈감독의 "패자부활전".

제작비 13억원을 전액투자하고 마케팅과 배급까지 책임지는 형태.

현대는 이를 계기로 올해안으로 1~2편의 영화를 더 선보일 계획이다.

선경은 영화세상(대표 안동규)과 함께 "박봉곤 가출사건"을 제작중이며,
제일필름(대표 송경훈)과도 "용병 이반"을 만들고 있다.

아직 전속형태는 아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투회사들의 대규모 영상펀드 조성도 주목할만한 변화.

일신창투(대표 고정석)와 신원창투(대표 송기한) 동원창투(대표 조승현)
등이 한국영상투자개발(대표 김승범)을 통해 드림써치(대표 황정욱)의
창립작품 "체인지"에 10억여원을 투자한 것이 대표적인 예.

이들은 앞으로 20억원의 기금을 확보해 연간 3~4개 영화에 제작비를 댈
계획이다.

또 신설업체인 대우전자창투(대표 박식의)와 한국기술투자(대표 서갑수)
한국종합기술금융(대표 윤영훈) 등도 기존 대기업들과 컨소시엄형태로
한겨레정보통신(대표 이정근)의 디지털애니메이션 "데들리 타이드" 제작에
참여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업들의 이같은 변화는 무분별한 투자로 인한 위험부담을 줄이고
"될성부른 나무"의 "떡잎"을 미리 발견, 집중투자함으로써 우수한 영상
소프트웨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블TV를 소유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에는 활용폭이 더욱 넓어져 이러한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영화계는 일단 긍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필호 영화방대표는 "제작자본이 안정돼 영화사들의 소신있는 기획이
가능하고 기업들도 양질의 영상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을수 있어
양쪽 모두에 유리하다고 본다"며 "이는 할리우드에서도 가장 발전된
영화산업 형태"라고 말했다.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