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의학의 발달로 통증을 마냥 참아내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지난 80년대 중반이후 시도되고 있는 새로운 통증치료기법으로 각종
고질적 만성통증이 서서히 정복돼 가고 있다.

근육긴장성 두통은 통증클리닉을 찾는 환자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며 치료도 비교적 쉬운 편에 속한다.

이 두통은 머리를 감싸고 있는 어깨와 목덜미근육이 지나치게 긴장해
생기는 것으로 만성두통의 40%가량이 이로 인한 것으로 추산된다.

30~50세사이의 성인이 많이 호소하는데 그동안의 치료는 근육이완제
소염진통제등을 사용한 약물요법이나 마사지 온열치료와 같은 물리요법이
고작이었다.

통증클리닉에서는 근육외부의 근막에서 신경을 압박하는 통증유발점을
찾아내 이부위에 국소마취제를 주입함으로써 근육긴장성 두통을 치료하고
있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통증클리닉 신동엽교수(마취과)는 "신진대사저하및
혈류감소로 수축된 근육이 풀어지지 않은채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작업을
하게 되면 근막이 뭉쳐져 통증유발점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통증유발점에 국소마취제를 주사하면 수축된 근육이 이완되면서
눌렸던 신경도 풀려 통증이 누그러지게 된다는 것이다.

통증유발점은 근섬유가 뭉쳐져 섬유질화한 것으로 팥알만큼 커질수 있으며
누르면 몸을 뒤틀정도로 통증의 초점이 집중된 곳.

인체의 자율신경계는 흥분상태처럼 혈압이 올라가고 동공이 커지고 소화액
이 줄어들도록 반응을 조절하는 교감신경계와 이와 반대역할을 하는
부교감신경이 쌍을 이루고 있다.

신교수는 "교감신경과 관련한 만성통증이 부교감신경과 관련한 것보다
많다"며 "경추에서는 팔로 가는 신경이 갈라지고 요추에서는 다리로 가는
신경이 갈라지기 때문에 이들 신경계의 교감신경출발점을 차단하면 극심한
어깨통증이나 요통을 제거할수 있다"고 말했다.

어깨를 돌릴수 없을 정도의 심한 어깨결림(오십견)에는 목에 있는 신경의
구심점인 성상신경절과 어깨 위쪽에 있는 견갑신경절 가운데 뭉치고 엉킨
곳을 전기열로 응고시켜 신경을 차단하면 통증을 제거할수 있다.

이런 다음 적극적인 물리치료를 병행하면 굳어 있던 어깨가 풀어져 어깨
운동이 가능해진다.

디스크나 척추 아랫부분인 요추이상으로 인한 요통에는 척추를 둘러싼
근육과 관절을 이완시키는 방법이 사용된다.

국소마취제나 근육이완및 마약성 진통작용이 있는 약물을 척추가 맞물리는
관절및 근육 또는 요추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가닥의 출발부위에 주입
하는 치료법이다.

말기암에 이르면 암덩어리가 신경을 압박하거나 침범해 환자는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게 된다.

암이 생기는 부위마다 연결되는 교감신경총(다발)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신경총에 전기응고술을 이용, 신경을 차단하면 고통이 사라지게 할수 있다.

또는 마약성 진통제가 담긴 자가약물주사기를 부착해 일정량을 경막외강
(척추의 가장 바깥 공간)으로 흘러내리게 함으로써 통증을 누를수 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신경을 따라 염증을 일으키는 대상포진에는 늑간신경
(흉추에서 나와 늑골근처에 분포하는 신경)을 차단하는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얼굴의 삼차신경을 압박, 코밑에서 머리와 얼굴 전체로 퍼져 나가듯 찌르는
통증이 발생하는 삼차신경통에는 삼차신경 차단술이 이용되고 있다.

안면신경(7번째 뇌신경) 인접혈관이 팽창해 안면경련이 계속되는 경우에는
이신경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킨후 적절한 치료를 통해 정상으로 되돌리는
방법이 있다.

최근엔 안면신경에 보툴리누스 생희석독소를 주입하는 치료법이 부각되고
있다.

< 정종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