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영의 제3자인수작업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건영이 인수기업으로 결정한 동성종건에 대해 서울은행이 "자금지원곤란"
입장을 표명하는등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건영의 3자인수작업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특히 건영이 조만간 법정관리를 신청할 방침이어서 서울은행이 결정하기에
따라선 "부도-법정관리-제3자인수"라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서울은행등 채권단이 법정관리에 동의하지 않고 "파산절차"를
선택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수 없어 건영처리는 이제 원점에서 다시 출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건영의 3자인수작업이 지연된 것은 지난 19일 서울은행이 건영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단하면서 시작됐다.

서울은행이 자금지원을 중단하자 건영은 부랴부랴 동성종합건설등
컨소시엄을 인수기업으로 결정, 서울은행에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서울은행은 그러나 "동성종건이 건영인수 가계약서를 제출하면 그때가서
건영인수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며 "동성종건이 건영을 인수키로 원칙적인
합의를 봤다 하더라도 추가자금지원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장만화
전무)고 밝혀 건영인수기업으로 동성종건이 부적합하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동성종건은 "건영이 부도처리되지 않는한 건영인수는 불가능하다"
(허진석회장)고 한발짝 후퇴했다.

건영도 서울은행의 도움을 받지 않고 19일 1차부도처리된 19억2천7백만원을
가까스로 결제했으나 추가자금동원에는 한계를 느껴 결국 법정관리신청
이라는 "최악의 결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건영은 유원건설및 우성건설에 이어 "부도-법정관리-채권단에
의한 제3자인수"의 길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커졌으며 제3자인수작업도
장기화될 공산이 커졌다.

당초 서울은행은 건영이 부도처리되면 건영의 관계사 및 건설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워낙 크다고 판단, 부도전 제3자에게 인수시키겠다는 방침을
정했었다.

또 건영이 지난해 도급순위 21위에 달하는등 규모가 크고 건실했었다는
점을 감안, 가능하면 제일제당등 신용도가 높은 기업체에 인수되길 희망
했었다.

이런 방침에 따라 서울은행은 지난3일 건영이 처음으로 1차부도를 내고
난후 약 150억원의 자금을 지원해 왔다.

서울은행이 동성종건에 대해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것은 결국 덩치가 작은
업체가 덩치가 큰 업체를 인수할수 없다는 인수조건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준
것이라 할수 있다.

장전무는 "동성종건이 어떤 회사인지 건영을 정상화시킬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혀 동성종건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시사했다.

결국 건영은 비교적 높은 가격을 제시한 동성종건을 인수대상기업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반해 서울은행측은 건영이 가격을 낮춰 제일제당에 넘겨줄
것을 희망하고 있어 "부도전 제3자인수"가 교착상태에 빠져든 것이다.

< 박준동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