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사회가 때아닌 매춘부 합법화 논란으로 술렁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매춘행위 합법화를 주제로 일대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고 영국에선 단속할 의무가있는 경찰 간부가 합법화의 필요성을 제기해
주목 받고 있다.

또 헝가리에서는 정부가 세원확보차원에서 매춘을 합법화시키는 방침을
결정짓고 구체적인 매음굴 관리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유럽에서 섹스 숍이 줄지어 있는 홍등가가 공식적으로 인정되고 정부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나라는 네덜란드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매춘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했었던 이탈리아에서마저 합법화 여부가
공개석상에서 거론될 수 있을 정도로 매춘문제에 접근하는 유럽 각국의
시각이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원래 국가가 통제하는 매춘굴이 있었으나 지난 58년
리나 메를린이라는 사회주의파 상원의원이 매춘근절운동을 벌임으로써
졸지에 매춘이 불법화됐다.

58년 당시 이탈리아 정부에 등록된 섹스 숍은 200개, 매춘부들은 4,000명
이었으며 이들 대부분은 이탈리아여자들이었다.

문제는 불법화로 경찰의 단속이 이뤄진 지난 40년남짓 사이에 이탈리아
에서는 매춘행위가 감소하기는 커녕 오히려 만연됐다는 점이다.

우선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매춘부 숫자가 현재는 4만5,000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중 3분의 2가 외국인들이며 특히 나이지리아와 알바니아출신 여자들이
다수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렇게 숫자가 많아지다보니 기차역이나 버스대합실등에서는 대낮에도
매춘부들이 우글거려 토리노역에선 젊잖은 승객들이 매춘부의 눈길을 피해
정거장을 빠져나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중앙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으나
한시가 답답한 몇몇 지방정부는 "합법화"를 통해 스스로 대응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리미니시의 경우 도시재개발정책의 하나로 공인홍등가인 "사랑의 공원"을
만들기로 했고 롬바르디아, 브레시아시 등도 합법화를 선언했다.

영국에서는 웨스트 요크셔지역의 경찰간부 2사람이 공개청문회에서
시민들의 건강과 사회안정을 위해서라면 매춘굴을 합법화해 국가가 관리하며
세금도 거두어 들이는 것이 최상의 대안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영국에서는 1인 단독의 매춘을 허용하지만 2인이상이 모여있는 섹스 숍은
불법화하는 애매모호한 법령이 옛날 빅토리아시절부터 계승되고 있어
그동안 경찰로서도 불법 매춘행위를 골라 단속하는데 애를 먹어온게
사실이다.

동유럽의 헝가리는 조만간 매춘 합법화를 내각에서 의결키로 한데이어
세부 시행령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재정적자에 시달려온 헝가리 정부는 현재 1만명이상으로 추산되는
매춘부들이 연간 벌어들이는 수입을 계산한 결과 모두 2억4,000만달러로
이 나라 국민총생산(GNP)의 0.5%에 상당한다는 현실을 받아 들인 것이다.

이 정도 규모라면 무시못할 세원이라는 판단아래 세무서에 사업자등록만
하고 세금만 제때 내면 매춘행위도 합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이에 따라 헝가리에서는 그동안 불법으로 장사를 해온 섹스마사지룸을
중심으로 합법적인 홍등가가 대거 조성될 전망이지만 주변국가로부터
정부가 앞장서서 유럽에서 최강의 경쟁력을 가진 섹스산업을 육성하고
있다는 비아냥도 사고 있다.

< 양홍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