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의 반기실적 악화로 당분간 약세장이 예상되고 있으나 시장을
수렁으로 몰아넣을 만큼의 대형 악재는 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기후퇴란 악재가 미리부터 주가에 반영돼 경기요인이 추가로 주가를
끌어내릴 부분은 많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개별 종목별로는 예상보다 실적이 나빠졌다거나 좋아진 것으로 나타난
경우 주가가 민감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시분석가들은 악화된 반기실적에 대해 "예상대로"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대형주가 고점에 비해 평균 30%나 하락했지만 시장에서 여전히 홀대를
받고 있고, 실적개념보다 자산가치 M&A(기업 매수합병)개념이 시장을 풍미해
온 것은 실적악화에 대한 시장 나름의 대응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본격적인 경기후퇴를 확인해준 반기실적이 최근의 주가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예상했던 사실이 현실화됐을 경우 심리적인 위축감은 피할수 없으므로
주가 약세기조는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우기 시중금리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고객예탁금이 지속적으로 빠져
나가고 있는등 시장 내부의 수급구조가 나쁜 상황에서 주가는 실적악화를
빌미로 삼을 가능성이 많다.

이와관련, 정종렬신영투신사장은 "최근 1주일간 주가반등이 시도됐으나
힘에 부친 기색이 역력하고 개별종목도 숨이 턱에 찬 상태여서 종합주가지수
는 다시 800선을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외국인한도확대 같은 정책적 대응이 기다리고 있어 큰 폭의 주가하락 보다는
지루한 조정 장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개별 종목별로는 실적호전이 그동안 주가에 반영되지 못한 종목이 관심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큰 폭의 이익증가를 기록한 은행주.

백용졸한국투신부사장은 이에대해 "시장체력이 달리는 만큼 당장은 은행주
가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신임 한승수부총리가 저축에 정책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볼때 가을쯤이면 금리하락세가 예상되고 그럴 경우
은행주의 실적 호전이 주가로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불황속에서도 실적 호전을 자랑하면서 꿋꿋한 저항력을 보이고 있는
기업도 관심사.

권오순삼성증권투자분석과장은 "전반적인 불황속에서도 실적 호전이
일과성에 그치지 않은 기업은 약세장에서도 주가에 반영될 것"으로 내다
봤다.

예상보다 실적이 좋아졌다거나 나빠진 기업의 주가도 출렁거릴 전망.

서보윤동서증권기업분석부장은 "증권가의 당초 예상보다 실적이 나빠진
기업은 외화부채가 많은 대한항공, 목표보다 매출액이 낮게 나온 고려화학
등이며, 예상보다 실적이 좋아진 기업은 삼보컴퓨터 태일정밀 뉴맥스
코리아써키트등 PC관련업체와 LG전선 등"이라고 밝혔다.

<허정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