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개발기간을 단축하라"

현대 기아 대우 등 승용차 3사가 원가절감을 위해 신차개발기간의 대폭
축소를 선언하고 나섰다.

국내업계의 평균 신차개발기간은 4~5년.

이 기간을 30개월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신차개발기간 단축 경쟁의 선두주자는 현대자동차.

현대는 차종별로는 다르지만 평균 48개월정도 걸리는 신차개발기간을
향후 선보일 신차부터는 30개월로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차량 컨셉트단계부터 모델 결정에 이르는 기간을 종전 18개월
에서 6개월로 단축하고 설계와 동시에 시작차를 만드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차량 제작 전 과정에 걸쳐 기간을 단축해 나가기로 했다.

기아자동차는 오는 98년부터 매년 2종의 신차를 선보이고 차량개발기간도
40개월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또 2001년까지는 매년 3개의 신차를 내놓고 개발기간도 30개월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연구인력을 현재 2천명에서 98년까지 4천명으로 늘리고 연간
2백대의 모델제작능력과 1백30여대의 클레이모델 제작능력을 갖추기로 했다.

대우자동차도 앞으로 선보이는 신차부터는 제작기간을 종전 56개월에서
30개월로 축소해 나가기로 했다.

대우는 하반기에 선보이는 르망 후속모델인 T-100의 경우 개발기간이
30개월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완성차업체들이 이처럼 대대적인 신차개발기간 단축에 나서는 것은
무엇보다 신차개발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가격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각 제조단계에 들어가는 단위비용을
줄이는 길밖에 없다.

따라서 각 단계별로 나눠져 있는 제작과정을 하나로 통합해 기간을
단축하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개발기간을 30개월로 단축하면 개발비는 적어도 30%이상 줄일 수 있다"
(박제혁 기아자동차연구소장)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 업체들의 신차개발기간은 일본 미국 업체들에 비해 훨씬 길다.

일본이 36개월(작년기준), 미국은 48개월인데 비해 국내는 평균 52개월이
걸린다.

특히 미 크라이슬러사의 경우 소형차 "네온"의 개발기간을 31개월
(빅3 평균 60개월)로 단축, 개발비를 종전의 40억달러선에서 13억달러로
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크라이슬러가 네온으로 가격공세를 펼칠 수있는 것도 개발비 감축을
배경으로 한다는 얘기다.

소비자의 기호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것도 하나의 이유.

차량 개발기간을 단축하는 만큼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들의 기호를 맞출
수 있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차량개발기간 단축은 어떻게 가능한가.

핵심은 차량개발 각 단계를 동시화하는 것이다.

이른바 "동기설계(Simultaneous Engineering)".

즉 현재처럼 기초설계, 시작차제작, 금형제작, 완성차테스트, 부품테스트
등 각 단계별로 나눠져 있는 제작과정을 한단계에서 동시에 이뤄지도록
한다는 개념이다.

예컨데 시작차를 개발하는 단계에 라인의 생산기술자도 함께 참가해
라인의 실정에 맞는 도면을 만드는 식이다.

신차 개발기간단축은 원가절감의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가격 경쟁력 회복은 각사가 추진하고
있는 개발기간 단축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동기설계란 ]]]

"동기설계(Simultaneous Engineering)"

자동차의 골격인 보디의 설계, 내외장 부품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생산
과정의 모든 요소들을 동시에 검토하는 것을 말한다.

즉 개발부터 생산 생산기술 구매등의 전 부문을 횡적으로 치밀하게 연계해
차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곧 차량개발을 각 부문에서 동기화함에 따라 개발기간의 단축,
만들기 쉬운 설계, 부품의 삭감및 공통화, 생산준비단계의 단축, 품질 향상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예컨대 배기관은 하나의 봉으로 돼있어 매우 단순하다.

따라서 보통 다른 중요부품의 레이아웃에 밀려 가장 나중에 설계된다.

그 결과 다른 부품을 피하도록 설계돼 복잡한 형상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설계단계에서 부품메이커를 참여시켜 다른 중요부품과의 배치를
조화시키면 배기관의 구조를 훨씬 단순화할 수 있다.

결국 그만큼 부품제조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된다.

< 정종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