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은 우리나라 전통예술을 공연하고 연구하는 국악계의
총본산입니다.

따라서 누구나 건물외양만 보더라도 국악의 장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전통적인 건축양식을 기본컨셉트로 했습니다.

여기에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기 위해 현대적인 건축양식을
가미했지요"

국악계의 오랜 숙원사업으로 추진돼온 국립국악원대극장이 문화의달
10월에 개관된다.

80년대중반 정부의 문화시설확충계획의 일환으로 예술의전당과 함께
추진된 국립국악원 프로젝트가 10년만에 완결되는 셈.

설계를 맡은 김원씨 (광장건축환경연구소대표)는 "국악공연장은
오페라극장 콘서트홀 등 서양음악 공연장과 성격이 전혀 다른 만큼
전통예술의 맛과 흥을 살릴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며 "특히
국악연주에 알맞은 무대장치와 객석배치, 음향시스템 등에 각별한 신경을
았다"고 설명했다.

연면적 4,134평에 지상 6층 지하 1층 규모로 건립되는 국립국악원
대극장은 주무대와 가변형후무대, 800여석의 좌석, 동시통역실 등을
갖춘 국내 최대의 국악전용극장.

"전통적인 연주공간은 궁중음악이 연주된 종묘마당처럼 주위의 건물과
기타시설물로 둘러싸인 야외마당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바닥을 계단모양으로 처리하고 벽에
열주를 세웠지요.

또 전통건축의 대규모홀을 구성하는 우물정자식 격자천장 (MERO트러스),
창살형 벽면 등을 도입해 종묘의 외관에 지붕만 덮어놓은 느낌이 나도록
꾸몄습니다"

주무대와 후무대로 구성된 무대공간에는 다양한 형태의 국악공연을 할수
있는 가변무대와 이동장치를 마련했다.

"무대밑에 8개의 리프트를 설치해 계단식 변형무대를 만들수 있고
후무대에 있는 직경 13.6m의 턴테이블은 필요에 따라 회전무대로
활용됩니다.

또 무대전면부는 창극이나 음악극 공연시 리프트를 이용, 오케스트라
피스로 변형되지요"

객석은 3줄마다 토담형태의 낮은 난간을 설치한 로열박스 형태로 배치,
가족이나 단체관객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공연을 관람할수 있다.

또 중앙좌석을 양측면보다 낮게해 외부공연장의 분위기를 실내로
끌어들였다고.

김대표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음향시스템은 연주곡마다 잔향시간이
다른 국악의 특성을 고려해 설계됐다.

"국악기와 서양악기의 최적 음향이 다르기 때문에 원로및 중견국악인
에게서 음향과 무대구성에 대한 데이터를 모았지요.

이를 바탕으로 천장에 연모양의 음향반사판을 설치해 객석후부까지
또렷한 음향을 전달하도록 하고 양측벽면 그릴뒤에 흡음성 커텐을 매달아
잔향시간을 조절했습니다"

옛성을 연상시키는 대극장과 지하주차장 연습사무동 교육연구동
(국악박물관)을 실내브리지로 연결해 동선을 합리화했다.

또 대극장내에 동시통역실을 따로 마련해 세미나와 국제회의를 개최할 수
있고 가람배치양식을 본뜬 옥외광장은 야외공연장으로 활용된다.

국악당외에도 경주 신라민속촌 남원 국립민속국악당 등 전통문화시설을
설계한 김대표는 "국악공연의 주무대가 야외였기 때문에 관련건축자료를
발견할 수 없었다"며 "국악공연장의 현대적인 전형을 창조한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고 전했다.

김대표는 경기고와 서울대 건축과를 졸업했으며 서울 수유동 통일연수원,
수협중앙회관, 남양주 서울종합촬영소, 광주 가톨릭신학대학 등을
설계했다.

현재 러시아 대사관, 부산 다대포성당, 청주 성심수녀원 등을 설계중이다.

< 정한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