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국제해양법 재판소재판관에 선임된 박춘호교수는 새로운 국제해양
질서창출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피선소감은.

<> 박교수 = 먼저 국제해양재판소의 초대 재판관으로 피선된 것은 제
개인의 능력보다도 우리 정부가 조직적으로 지원해준 결과이며 특히
개인적인 영광이전에 한국 외교의 커다란 성과로 본다.

-한국을 대표하여 재판관으로 피선된 것과 관련 앞으로 한국정부와
해운업계및 학계등에 미칠 영향은.

<> 박교수 = 우선 한국의 대표가 새로운 국제해양질서를 창출하고자
하는 국제해양재판소 재판관으로 참여하게 된 것은 여러가지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앞으로 점차 늘어나게될 국가간의 해양분쟁문제에 능동적으로 깊이 있게
개입할수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은 이익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해양및 조선업계도 골고루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또 한국의 해양법과 국제법분야의 학문발전과 나아가 전반적으로
해양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조시키는 계기를 제공해줄 것이다.

-국제해양재판소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하는지에 대해선
일반인들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박교수 = 국제사법재판소가 국가간 영토분쟁등의 문제를 다루는
재판소라면 국제해양재판소는 바다 즉 해양과 관련된 제반 문제를 다루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두 재판소는 대립이 아닌 상호보완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

-그렇다면 그 영향력이 상당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박교수 = 우선 국제해양재판소는 12해리 영해, 2백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경계, 대륙붕, 군도소유권, 해양오염분쟁, 심해저 자원문제
등 해양과 연관된 국가간의 각종 분쟁을 다루게 된다.

해양재판소의 판결에 대해서는 제소국가가 이를 승복하겠다는
전제조건하에 제소하기때문에 구속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설사 불복할 경우 유엔을 중심으로한 국제사회에서 각종 제재수단을
강구하게끔 돼있어 결국 관련국들은 해양재판소의 판결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초대 재판관은 언제부터 활동을 시작하며 재임기간은 얼마동안인가.

<>박교수 = 재판관의 임기는 원칙적으로 9년이지만 연임이 가능하다.

이번에 선출된 초대 재판관에 한해서는 재판관에따라 3년, 6년, 9년의
임기로 각각 재임기관이 다른 것이 특징이다.

이는 앞으로 일시에 재판관 전원의 임기가 끝나 재판소의 기능이
단절되는 현상을 막기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마디로 초대 재판관의 경우 3년마다 지금 인원의 3분의 1이 교체된다고
생각하면된다.

-초대 재판관의 개인별 임기는 정해졌나요.

<>박교수 = 개인별 임기는 추후 추첨 방식으로 결정될 예정이며 일단
임기는 올 10월 1일부터 시작된는 것으로 돼있습니다"

-부임은 언제 하십니까.

<>박교수 = 지난해 고려대에서 정년퇴임한후 현재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세이난대학에서 국제법을 강의하고 있다.

또 일본대학에서의 정리가 끝나면 현지로 출발할 예정이다.

앞으로 재판업무가 개시되고 업무가 크게 늘어날 경우 독일 함부르크에
자리잡을 국제해양 재판소에서 상근해야 할 것으로 본다.

-아시아 지역그룹에서 중국의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1차투표에서
당선이 되지 못하고 6차투표에서 간신히 선출돼 그 배경에 대한 말들이
많았는데.

<>박교수 = 유엔의 안보리 상임이사국일 뿐 아니라 정치대국인 중국이
1차 투표에서 자국의 후보가 선출되지 못한 것은 중국으로 하여금 국제
정치의 판도 변화를 느끼게 할 것이다.

지난 70, 80년대 제3세계의 이익을 대변해온 중국이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자국의 후보를 무난히 당선시켜 왔으나 이제는 그런 시대가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커다란 변화라고 생각한다.

-외국어 실력이 탁월하다고 들었다.

<>박교수 = 국제법을 전공하다보니 자연히 다른 주요국가의 언어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영어 일어를 제외한 중국어 독어 불어등은 전공때문에 거의 독학으로
공부했다.

러시아어와 베트남어는 겨우 읽을 수 있는 정도에 지나지않는다.

-외국어 습득에 왕도가 있다면.

<>박교수 = 중국어를 배우기위해 지난70년대 당시 문교부(교육부)편수관
시절 서울 명동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신분을 속이고 아침 저녁으로 음식점
일을 하면서 말을 익히다 나중에 주인에게 신분이 탄로나는 바람에 쫓겨난
일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외국어에 능통하려면 남다른 각오가 있어야 한다는 것외에 다른 지름길이
있겠는가.

유엔해양법 협약 당사국회의에 앞서 득표활동을 위해 지난달20일 뉴욕에
온 박교수는 이제 재판관으로서 임기가 시작되면 내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과 동일한 외교관 특권과 동시에 동등한 연봉을
받게된다.

< 뉴욕=박영배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