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과 컴퓨터의 만남"

서강대 대학원 인공지능연구실의 한수일씨(27).

한손에 마우스를 쥔 그의 다른 한손에는 항상 "컴퓨터 만세력"이 들려
있다.

사주팔자를 풀어달라는 친구들의 부탁이 쇄도하는 이유도 있지만 스스로도
일진이 좋은 날을 가려 중요한 일을 처리한다.

친구들의 미팅에 불려다니며 궁합맞는 커플을 연결해 주는 것도 그의 일과.

그가 역학의 세계에 입문한 것은 PC통신 덕이었다.

지난 95년 하이텔 게시판에 소개된 역학동호회의 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
명리의 세계에 빠져들게 됐다.

그는 현재 2,000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역학동호회의 총무직을 맡고
있다.

"첨단 인공지능과 전통 역학은 서로 상반되는 학문처럼 느껴지지만 두
분야 사이에는 깊은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디지털 신호인 0과 1사이에 있는 불확실한 규칙들을 인정하듯이
음양오행에는 음과양 사이에 중용이 존재한다는 것.

그의 별명은 "두집살림"이다.

두번 결혼할 팔자를 타고 났다는 것.

그는 아내와 종교가 다른 이유로 한번은 성당에서 또 한번은 일반 식장에서
두번 결혼식을 올렸다.

두번 결혼한다는 팔자의 액땜이었던 셈.

그가 5년간 사귀어 오던 아내와 지난 5월 결혼한데는 역학이 한몫했다.

역학에 입문, 인연의 소중함을 새롭게 깨닫게 되면서 한때 소원한 적도
있었지만 끝내 결혼으로 골인한 것.

그의 PC통신 ID( Roses100)는 아내의 생일날 장미 100송이를 선물한 것을
기념해 지은 것.

하루 8시간 이상을 통신에 매달리는 그는 스스로를 통신광으로 표현한다.

그는 가상공간에서 전세계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생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 들려 줬다.

인터넷을 통해 해외 인공지능관련 웹사이트에 접속해 필요한 각종 논문을
구한다.

또 지방및 해외에 있는 동료및 선배들에게 전자메일로 소식과 안부 등을
전하는 것도 주요 일과이다.

"통신과 역학을 알고나면 생활이 편안해 집니다"

그는 역학의 기반위에 인공지능을 결합한 본격적인 사주프로그램을 개발
한다는 포부에 부풀어 있다.

< 유병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