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e to Marlboro Country(말보로 고향으로 오시오)"

멋진 모자를 눌러쓴 카우보이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의 배경에 이런 문구가
들어있는 대형광고판은 공항 항만등 미국으로 들어가는 길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수 있다.

마치 "미국=말보로"란 연상까지 들 정도다.

"미국사람 3명중 한명이 말로보를 핍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담배공장인 필립모리스 리치몬드공장에서 일하는
로버트 프리케 지역공급 담당매니저의 말에서 과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파이낸셜 월드지는 지난 7월 8일자에서 말보로상표의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446억달러로 코카콜라 맥도널드 IBM 코닥 등
보다 앞선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브랜드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을 정도다.

물론 필립모리스는 담배만 팔지 않는다.

"필립모리스"라는 브랜드파워를 바탕으로 치즈 커피 초콜릿 등 음식료품과
맥주회사를 인수하면서 세계최대의 음식료소비재 생산업체로 성장했다.

회사의 전체 규모는 세계 4번째.

지난해 경상이익 55억달러로 비즈니스위크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이익기업"중 4위에 랭크됐다.

1위는 69억달러의 제너럴모터스(GM)였고 2, 3위는 제너럴일렉트릭(GE)
엑슨(Exxon)이 차지했다.

필립모리스에 이어 IBM 포드 인텔 시티코프 머크 듀퐁등 쟁쟁한 기업들이
순위를 이어갔다.

소비재산업중에서는 단연 세계 1위다.

필립모리스의 외형이 코카콜라 펩시콜라 CPC 등 세계적인 3대 대형
음식료업체의 매출합계보다 더 많을 정도다.

이런 필립모리스의 성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말까지의 올 상반기 매출은 17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
(171억달러)보다 2.2% 늘었고 경상이익은 32억달러로 무려 10.2% 증가했다.

필립모리스의 최근 성장요인은 수치상으로 보면 "담배의 해외판매"비중이
높아지는데 있다.

필립모리스의 업종별 매출구성은 담배 52.5%, 음식료 40.2%, 맥주 6.9% 등
(올 상반기 매출기준)이다.

나머지는 자산관리회사의 몫이다.

이익비중도 담배 62%, 음식료 31.2%, 맥주 4.9% 등이다.

매출비중이 가장 높은 담배는 최근들어 미국보다 해외에서의 비중이
더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 담배의 미국내 매출증가는 4.5%에 그친데 비해 해외매출은
13.7%를 기록했다.

이익도 해외에서 20억9,000만달러를 기록, 미국내 이익규모(20억3,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해외이익(17억7,000만달러)이 미국내 이익(18억2,000만
달러)보다 적었었다.

"지금까지는 미국시장이 필립모리스에 더 중요했으나 이제는 해외시장이
더 중요해진 셈이다"(린다 던바 PMI홍보담당매니저)라는 말이 설득력있게
들린다.

물론 이같은 수치상의 성장뒤에는 다른 기업들이 따라가기 힘든
필립모리스의 남다른 "전략"들이 숨어있다.

여러나라에서 여러상품을 생산하는 다국적기업으로서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3가지 핵심 전략이 필립모리스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3대 핵심경영전략을 하나씩 살펴보면 첫째 "최고의 상품(Premium Brand)
들만 만들어 판다"는 정신이다.

"필립모리스에서 생산되는 각종 상품의 품질을 신뢰하기 때문에 다른
회사의 상품들보다 조금 더 비싸더라도 구매를 주저하지 않는다"
(리처드 콜린스 크라프트식품 관리담당매니저)는 것이다.

이런 전략으로 지난해 한햇동안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린
상품브랜드만도 말보로 크라프트 밀러 제이콥스 오스카메이어 맥스웰하우스
L&M 포스트 메리트 등 9개에 달할 정도다.

두번째는 이런 일류 상품판매를 위한 종합적 마케팅전략의 구사다.

필립모리스 크라프트 밀러 3개 회사간에 또는 같은 회사내의 다른
상품들끼리의 상호 이미지부각효과를 극대화, 시너지효과를 높이고 있다.

예컨대 독일에서 실시한 말보로담배 판촉캠페인은 아주 성공적이었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미국으로 역수입, 미국시장에서 말보로뿐만 아니라 다른
상품의 판촉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식품과 담배를 동시에 판매하는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는 라틴아메리카
에서는 필립모리스의 담배와 크라프트의 식품을 동시에 판매, 서로
상대방의 이미지를 올려주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필립모리스가 국내나 해외에서 회사를 새로 인수해도 좀처럼 회사이름을
바꾸지 않는 것도 이런 전략에서다.

1855년에 설립된 전통있는 밀러맥주를 지난 1970년 인수했지만 아직
그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

필립모리스라는 고급이미지에 밀러의 전통적인 이미지를 얹어 시너지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세계에 광범위하게 구축된 인프라스트럭처(하부구조)를 들고
있다.

여기서 인프라는 우선 종적인 측면의 인적 인프라를 말한다.

15만명에 이르는 세계 각국의 직원들에게 끊임없는 교육훈련을 실시,
해당 지역의 문화나 언어를 잘 아는 그들이 현지에서 가장 효율적인 영업
활동을 하게 만든다는 전략이다.

다음은 횡적인 인프라로 이는 필립모리스의 힘을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

전세계 180여개국에 생산.유통.판매 네트워크를 갖추어놓고 있으니 어느
나라에서건 최단시일내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의 생산기지에서 필요한 물품을
조달해 판매하는 게 가능하다.

이런 네트워크는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강해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같은 세가지 전략으로 무장한 필립모리스는 당분간 동종업종에서
경쟁자를 찾기는 쉽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다국적기업 필립모리스는 "말보로=미국"이란 등식을 "말보로=세계"
로 바꿔 놓으려 하고 있는지 모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