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초 한국 공군의 주력전투기,다시말해서 차세대 전투기(F-16)의
뒤를 이을 차차세대 전투기 기종선정 문제가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차세대 전투기 선정 때의 "잡음"을 의식한 때문인지 관계자들이 모두
"입조심"하는 분위기이긴 하나 항공업계의 촉각은 온통 차차세대 전투기
기종선정 문제에 쏠려 있다.

정부는 차세대 전투기사업(FX)의 일환으로 국내 항공업계가 면허생산중인
F-16기에 이어 그보다 성능이 뛰어난 최신예 전투기를 도입키로 하고 현재
기종선정을 위한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신예 전투기 도입은 정부가 추진중인 차차세대 전투기사업(FXX)에 따른
것으로 오는 2007년 실전배치에 들어갈 계획이라는 것.

현재 차차세대 전투기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기종은 미군의 주력 전투기인
F-15기와 개발 단계에 있는 F-22기, 영국 독일등 유럽메이커들이 공동제작한
유러파이터(EFA), 프랑스 닷소사가 개발한 최신예기 라파엘등.

한미 군사관계 등을 감안할 때 유러파이터나 라파엘은 성능에 관계없이
선택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따라서 차차세대 전투기는 "F-15"와 "F-22"의 대결로 압축된다.

차차세대 전투기 기종선정 작업을 주도하게될 국방부는 F-15기에 마음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15기는 미국 맥도널 더글러스사가 지난 84년 개발한 중무장 장거리
전술기.

걸프전 등을 거치며 개량을 거듭해온 세계 최고 수준의 전투기로 현재
미국과 일본이 운용하고 있다.

국방부는 비용이 F-22기보다 덜 들고 성능이 입증됐다는 점에서 이 기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고 정부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아직 제품이 나오지도 않아 실전경험이 없는 F-22기보다는 F-15기를 들여
오고 그 대신 정찰기 도입등에 예산을 할애하는게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항공업계의 견해는 전혀 딴판이다.

F-15기가 현재는 세계 최고수준의 전투기로 평가받고 있으나 차차세대
전투기가 국내에 도입되는 10년후엔 2류 전투기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는 것.

항공업계는 또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최첨단 전자장비를 장착하게 될
F-22기를 선택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F-22기는 미공군의 차기 전술 전투기(AFT)로서 미국 록히드 마틴사가
93년부터 개발, 최근 시험 비행을 마친 이른바 "컨셉트 파이터".

오는 2000년대 초부터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F-22기는 공격능력이 우수하고 특히 은닉성(스텔스성)이 뛰어나 적의
레이더를 피해 공격을 가할 수있는 첨단 공격 기술기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항공 관계자는 이와관련, "기체 은닉성과 같은 최첨단 기능을 보유한
F-22기를 도입해 기술을 이전받으면서 생산하는 것이 공군의 전력강화나
항공기술의 발전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항공업계는 F-22기를 선택함과 동시에 차차세대 전투기사업의 일정도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소한 기종 선정만이라도 빨리해 사업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게 업계의 요구다.

기종 선종도 중요하지만 "예측 가능한 사업 일정"이 그에 못지않게 중요
하다는 것.

오는 98년이면 차세대 전투기 사업상의 F-16기 생산이 완료된다.

정부가 차차세대 전투기 도입시점으로 잡고 있는 2007년까지 9년간은
전투기 일감이 없다.

업계는 고등훈련기나 다목적 헬기 등으로 공백을 메운다는 계획이나 조업
단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 업계는 FXX사업과 관련해 차차세대 전투기는 직구매보다 기술제휴
형태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이 사업을 통해 국내 항공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차차세대 전투기 기종 선정문제는 정부와 업계간 중요 현안의
하나로 떠올랐다.

국방예산의 효율적 안배및 실전경험에 무게를 두고 F-15기를 미는 정부와
기술적 측면을 중시하며 F-22기에 점수를 더 주는 업계간 논쟁이 어떻게
결말날지 주목된다.

< 심상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