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집체"
"코너링은 뛰어나지만 순간 가속력이 떨어진다"
지난 16일 기아자동차의 스포츠카 "엘란"이 신차발표회를 갖고 일반인들
에게 본격 공개된 이후 컴퓨터 통신을 통해 쏟아져 나온 엘란에 대한
평가들이다.
요즘 자동차광들은 컴퓨터를 통해 자동차를 즐긴다.
자동차에 관한 각종 정보를 주고받거나 신차가 나왔을 때는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그 차의 장단점을 날카롭게 꼬집어낸다.
지난 90년 결성된 "달구지"도 컴퓨터를 통해 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동차광들의 모임이다.
PC통신 하이텔 내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자동차동호회중
하나이기도 하다.
현재 시삽이라고 불리는 대표는 김희태씨가 맡고 있고 부시삽 3명,
게시판을 담당하는 운영팀 10명이 전체를 관리한다.
현재 가입회원수는 1만2,000여명에 이르고 매월 200~300명씩 증가하고
있다.
회원은 주로 대학및 대학원생들.
그 외에 카센터종사자 보험사직원 택시기사 등 차와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고 교사 홍보대행사직원 등 다양한 직업들도
눈에 띈다.
연령은 대부분 20~30대이지만 40, 50대도 적지 않다.
회원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최학순씨(62).
최씨는 "달구지"의 각종 모임에 후원자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 점이
연령차가 40세이상 되는 모임 구성원을 하나로 묶어주는 끈이 되기도 한다.
"통신 특성상 회원들은 서로의 얼굴을 모른다.
그러나 모두가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차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맺는다"(김희태씨)
"달구지" 회원들이 통신을 통해 나누는 이야기는 사소한 의문사항에서부터
자신들이 겪었던 사고이야기, 정비경험, 차에 대한 평가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전문성을 갖춘 회원도 상당수 있어 정비.연구분과, 보험.법률분과,
오디오분과 등도 운영하고 있다.
지방회원과 여성회원들을 위한 난이 있는 것도 "달구지"의 특색중 하나.
서로 얼굴을 모르는 이들중 몇몇은 특이한 만남의 이벤트를 연출한다.
매주 금요일 저녁 날이 저물면 30여명의 회원이 차를 몰고 서울 올림픽도로
청담도로공원에 나타나 "반짝모임"을 갖는다.
이들이 유일하게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 정종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