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는 어느 변호사와 함께 골프장에 다녀왔다.

그는 며칠 후 친구들과 골프를 하기로 하였는데 특히 퍼팅이 안된다면서
체크하여 달라고 하였다.

골프가 끝나고 공교롭게도 그와 함께 골프가기로 했다는 다른 변호사
등을 만났다.

그러자 그중에 한 분이 나를 불러 "이해관계가 있어서 그러는데
저 양반 골프가 어떻다더냐?"고 물었다.

그 순간 필자는 사람들이 왜 골프를 좋아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날 골프를 하던 중 일행 가운데 한 사람이 브리티시 오픈 경기를
시청한 이야기를 해줬다.

마침 집안에 텔레비젼이 고장난 필자로서는 여간 흥미로운 것이
아니었다.

그 분은 잭 니클로스으 골프를 보고 정말 감동하였단다.

그는 역시 "황제"라고 불릴만한 가치를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하였단다.

그런데 플레이징거가 피팅이 안된다면서 자신의 피터를 무릅에 대고
부러뜨려 버리는 장면을 보고는 너무도 놀랐단다.

그렇게 하면 벌타를 먹여야 되지 않느냐고도 물었다.

언젠가는 프레드 커플스가 자신의 퍼터를 위티해저드에 집어 던져
버리는 장면을 본 적도 있었단다.

골프규칙은 그런 골퍼들의 행위에 대해서 벌타를 부과하는 규정을
갖고 잇지 않다.

따라서 아마도 폴 에이징거는 나머지 홀에서 3번아이인이나 그밖의
다른 클립으로 퍼팅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에이징거에 대해서 골프규칙이 벌타를 부과하지 않더라도
아마 그는 커트오프를 통과하지 못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인생살이에서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성공하는 확률이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끔 필자와 라운드해 본 골퍼들은 변호사 그만두고 프로골퍼로
나가라고 농담을 한다.

그럴때면 필자는 떠 올리는 생각이 있다.

보비존스는 1930년, 28살의 젊은 나이로 세계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한 바로 그때 은퇴를 하였다.

그리고 은퇴한 이유에 대해서 그는 갤러리에게 쫓기지 않고 친구들과
한가롭게 정말로 골프를 즐기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그런 보비 존스도 스무살이 되지 않았던 주니어 시절에는 골프가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경우 골프채를 내던지거나 부러뜨리기도하는 악명높은
말썽꾸러기였단다.

필자는 매제가되는 봉태하 프로의 경기를 지겨보면서 보비의 은퇴의
변을 너무도 절실하게 공감하곤 한다.

그래서 프로골퍼가 되기보다는 보비존스가 돈많은 친구를 만나 오거스터
내셔날골프장을 만들었듯이 나에게도 여유있는 귀인이 나타나서 그분과
하머께 멋있고 훌륭한 골프장을 하나 만들기를 더 원한다.

그리고 골프장에 나갈 때마다 필자가 만든 골프장에 세상의 좋은
사람들을 불러서 함께 골프를 하면서 "한잔 먹세 그려, 꽃꺾이 수놓아
또 한 잔 먹세 그려..."하던 옛날 사람들의 운치 있는 풍류를 즐길 수
있기를 기도하곤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