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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산모시 등 값싼 외국산 밀물속 명맥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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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남도 서천군 지면리 모시조합.

    새벽 3시50분, 서천군내 13개 읍면과 멀리는 부여 양화 홍산 등지의
    베틀아낙들이 가슴에 모시 1~2필씩을 품고 모여 든다.

    닷새마다 한번씩 열리는 한산모시장이다.

    서울 부산 등 각지에서 모인 모시상인들이 졸린 눈을 부비며 나타나는
    시간은 5시.

    100촉 백열등이 일제히 켜지면서 이날 모시거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모시조합에 소속된 중개인과 상인 두사람이 한조가 되어 아낙들과 값을
    흥정한다.

    베틀아낙들은 한푼이라도 더 받아보려고 이곳 저곳에 모시를 내밀어 보지만
    노련한 중개인이 매기는 값에는 별 차이가 없다.

    지면리 모시조합에 소속된 중개인은 33명.

    모두 20년이상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다.

    이들은 모시를 한두번 뒤집어 보는 것만으로 이내 값을 정한다.

    이때 한조가 된 상인의 고개가 끄덕이면 거래가 성사된다.

    삼국시대부터 만들어 졌다는 한산모시는 바람이 잘 통하고 땀을 잘들이며
    청아한 멋이 있어 모시중에서도 으뜸으로 친다.

    그래서 무더운 여름철 한산모시로 옷을 지어 입으면 벗고 있는 것보다
    시원한 것으로 유명하다.

    서천읍에서 왔다는 김옥녀씨는 "판교에서도 하루 먼저 5일장이 서지만
    모시하면 역시 한산모시"라며 "판교모시는 올이 굵어 주로 남자옷을
    만드는데 사용된다"고 소개했다.

    모시는 올의 굵기와 짜임새의 세밀함에 따라 세저, 중저, 막저의 세가지
    등급으로 나뉜다.

    세저는 한필(36자)당 40만~50만원, 중저는 35만~42만원, 막저는 30만~
    35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모시상인들은 누르스름한 색깔의 한산모시를 하얗게 표백하여 세저는
    60만~70만원, 중저는 45만~60만원, 막저는 40만~45만원의 가격으로 일반
    소비자에게 되판다.

    21일장에서 거래된 모시는 315필로 거래액은 1억1,000만원 정도이다.

    전성기를 누렸던 지난 90년대 초와 비교하면 3분의1에도 못미치는 양이다.

    한산장이 이처럼 한산해진 것은 중국산 저가품이 대량으로 유통되는데다
    제작과정이 힘들어 베틀을 잡는 아낙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모시 한필을 팔러 새벽길을 걸어온 임유순씨(32)는 "소일삼아 한달에
    한필정도를 짜 용돈을 마련하고 있다"고 달라진 세태를 말했다.

    한산모시와 더불어 여름 특산품으로 널리 알려진 안동삼베 담양대자리
    강화화문석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때는 농가의 주수입원이던 특산품들이 이제는 노인들의 소일거리 정도로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목화와 함께 옷감의 대명사였던 안동삼베는 수의용으로 간간이 팔려 나가는
    정도다.

    강화화문석과 담양대자리도 최근엔 필리핀 태국 중국등지에서 생산된 값싼
    제품들에 밀려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다.

    한산모시 안동삼베 강화화문석등 우리 고유의 여름 특산품들은 서울
    잠원동 한신공영 지하의 농가공산품 판매센터에서도 살 수 있다.

    안동삼베의 경우 최상품이 한필당 80만원에 이르지만 50만원 정도면 무난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화문석의 경우 도안과 짜임새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35만~50만원(6x9자)
    짜리가 잘 팔린다.

    담양죽세품 직판장의 김혜경씨는 "동남아지역에서 생산된 수입품은 가격이
    국산품의 5분의1에 불과하지만 매끄럽게 다듬어진 맛이 없고 수명도 짧다"며
    "전통공예품은 값은 비싸지만 우리 기후와 풍속에 맞아 그래도 꾸준히 팔려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 서천=손성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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