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대학로 무대가 젊은 극단들의 싱싱한 연극들로 가득하다.

무더위 비수기를 맞아 대부분의 중견극단들이 잠복기에 들어간 가운데
패기 넘치는 젊은극단들이 참신한 창작극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 것.

실험성이 강한 작품부터 가벼운 현실풍자극까지 내용과 형식도 다양하다.

작예모의 "미소가 안개꽃처럼", 극단작은신화의 "아이스", 극단오늘의
"복날은 간다", 극단은행나무의 "토일렛 토일렛" "황금을 찾아서" 등이
대표적인 작품들.

"미소가 안개꽃처럼" (신종곤 작.김운기 연출)은 어머니에 대한 어두운
기억에 사로잡혀 사는 한 젊은화가의 방황과 사랑을 그린 작품.

연극 무용 미술 대중음악 등 각기 다른 장르에 종사하는 30대
젊은이들의 모임인 작예모의 특성을 살려 공연전 설치미술이 펼쳐지고
극 중간중간의 행위예술과 가수의 콘서트가 내용전개를 돕는다.

무대세트의 엉성함과 몇몇 배우의 미숙한 연기가 눈에 띄지만 다양한
장르를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는 김운기씨의 신선한 연출감각이 돋보인다.

유태준 전주헌 이양숙 등 출연.

8월15일까지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763-6238).

"아이스" (이충원 작.연출)는 자아속에 숨어있는 또다른 자아를 형상화
시켜 이상과 현실사이에서 방황하는 한 여성의 자아찾기과정을 표현한
작품.

내용상 1인극이나 실제로는 2명의 여배우가 등장한다.

폴란드배우 마그달레나 차르토리이카씨가 또다른 자아로 출연,
홍성경씨와 연기대결을 펼친다.

한 여성의 두 자아로 전혀 다른 외모와 언어를 가진 인물을 충돌시키는
설정은 새롭지만, 순수하고 이상적인 자아로 왜 서양 여배우를
등장시켰는지는 의문이다.

31일까지 연우소극장 (744-7090).

"복날은 간다" (백연희 작 위성신 연출)는 30대초반의 보험회사 직원이
복날 하룻동안 꾼 여섯개의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옴니버스형식의 극.

직장인들이 흔히 겪는 일과 꿈꿔 봄직한 내용들이 코믹하고 속도감있게
전개된다.

별다른 변화없이 집, 회사, 거리, 꿈속 등으로 변하는 무대의 다양하고
자유로운 공간 활용이 독특하다.

웃음과 감동의 요소들을 치밀하게 계산해 만든 잘 짜여진 희극.

이주은 최현이 김재환등 출연.

8월25일까지 오늘소극장 (763-8538).

극단은행나무는 신춘문예당선 우수작시리즈로 "토일렛 토일렛"
(양영찬 작 성준현 연출)과 "황금을 찾아서" (강종필 작 송종석 연출)를
한 무대에 올리고 있다.

"토일렛 토일렛"은 화장실에서 벌어지는 샐러리맨 세명의 설전을 통해
30대 직장인의 애환을 그린 작품.

"황금을 찾아서"는 물질에 대한 탐욕으로 인해 파괴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송바울 배상돈 장덕길 김경숙 등 신인배우들의 풋풋하고 열정적인
연기가 신선하다.

8월31일까지 은행나무극장 (3672-6053).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