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덕 < 부산대 교수 >

급속한 경제성장과 사회변화로 인해 한국 제조업중 경공업부문은 구조조정
의 불가피성에 직면해 있다.

어려움은 신발산업뿐만아니라 모든 경공업부문에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부진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앞으로의 대책은 많은 공통점을
갖는다.

그런 가운데서도 신발산업은 다른 경공업이 가지지 않은 몇가지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 신발, 특히 혁제운동화는 한국이 생산하고 수출하는 수많은 제품중
유일하게 세계 제일의 품질을 인정받는 품목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같은 브랜드라도 "메이드 인 코리아" 표시가 있는
제품은 더 높은 값을 받고 있다.

둘째 신발산업은 소재 부품 제조의 전 생산부문이 국산화되어 있거나 국내
에서 이루어질수 있으며 해외로 수출되는 산업이다.

따라서 산업연관효과와 가득률이 매우 높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발은 수출품중 생산과 판매가 가장 철저하게
분리된 품목이다.

만들기는 한국에서, 이름은 해외유명브랜드라는 주문자 상표부착(OEM)방식
때문에 경쟁력 약화와 더불어 가장 먼저, 또 가장 많이 해외로 진출한 업종
도 신발산업이다.

여러가지 어려움 때문에 신발산업을 포기하려는 것은 자기가 제일 잘할수
있는 과목은 포기하고 잘못하는 어려운 과목으로 입학시험을 치르려는
수험생의 태도와 마찬가지다.

물론 신발산업을 회생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대로는 안된다는 철저한
반성과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본 전제는 신발산업이 가망없다는 패배적인 인식을 불식시키는 것이다.

기업 정부 국민 3자가 같은 인식의 바탕위에 서 손을 잡아야 한다.

한국신발산업을 살리는 근본적인 방법은 자체브랜드 판매회사로 세계시장에
직접 진출하여 제조중심으로부터 개발판매 중심으로 체제를 바꾸는 길 밖에
없다.

한마디로 세계 최일류 메이커라는 인식배경을 가지고 한국의 "나이키"회사
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현재까지 국내에 남아 있는 제조기능도 조만간 쇠퇴할
수밖에 없다.

소재와 일부부품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한국이 우위에 있으므로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만드는 것도 살아남는 방법이 된다.

원재료나 특수부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우월성을 유지하는 길이
된다는 것은 다른 산업의 예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에 보다 힘을 기울여야하고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연구개발투자가 소홀했던 것은 OEM체제 때문이다.

제조공정의 자동화율을 높이는 것도 같은 차원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투자의 경쟁력을 살리는 길은 자동화를 진척시키는
것이다.

아울러 자동화를 위한 투자에 먼저 필요한 것은 장래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심리의 조성이다.

신발이 패션산업화하고 있으므로 디자인 부문의 획기적인 강화도 필요하다.

저하된 경쟁력을 살리는 시급한 조치는 해외노동력(연수생)의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다.

세계화의 관점에서 경쟁력 제고를 생각하는 마인드가 필요하며 정부는
제도적 뒷받침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