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이 사실상 확정됐지만 정부는
가입여부에 대한 아직 공식성명을 내지않고 있다.

OECD와의 협상창구인 재정경제원과 외무부는 모두 "4, 5일 이틀간 열렸던
제2차 자본이동및 국제투자위원회(CMIT/CIME) 합동회의가 끝나 OECD가입을
위한 위원회차원의 심사가 종결됐다"는 발표만 했다.

정부는 OECD가입을 공식 확인하지 못하는데 대해 겉으로는 "OECD가입이
상대가 있는 외교적인 사안인 만큼 최종 절차가 마무리된 뒤에 발표하는
게 관례"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은 가입을 위한 실무적인 절차가 앞으로
좀더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종창 재경원 국제금융증권국장은 "OECD가입을 위한 공식회의는 모두
마쳤으나 OECD사무국에서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불명확한 부문에
대해 서면 질의키로 했다"며 "OECD사무국에서 우리측의 답변을 받은뒤 이에
대한 회원국의 입장을 다시 물어 최종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여름휴가 등 그쪽 일정을 감안하면 공식결론은 오는 9월초 열리는 상임
이사회에서 날 것이란 설명이다.

따라서 OECD가입을 위해서는 "서면질의.응답"이란 비공식적인 과정이
한단계 더 남아있고 이 과정에서 생길지 모르는 돌발 변수때문에 정부의
공식발표가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OECD측은 서면질의를 통해 우리나라의 <>현금차관 허용 <>채권시장 개방
<>외국인에 대한 우호적인 M&A(인수합병)허용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OECD는 이번 회의에서도 한국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자유화노력을 높이
평가했지만 이와 동시에 자본이동과 직접투자분야등 나머지 규제에 대한
가입후 자유화일정제시를 강력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서면질의에 대해 최대한 성의껏 답변하겠지만 지금까지
수차례밝힌 것처럼 거시경제 및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는
무리한 개방요구에 대해서는 단계적 자유화원칙을 재강조한다는 입장이다.

거시경제여건이 수용할수 있는 범위내에서는 가급적 조속히 자유화를
추진하겠다는 "원칙론"으로 대응한다는 생각이다.

재경원관계자는 "경상수지적자폭이 확대되고 물가안정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급속한 자본시장개방이 이뤄질 경우 해외자본의 과다한 유입으로
경제의 안정기조가 불안해질 우려가 크다"며 "거시경제의 안정적인 운용도
OECD가입 심사의 중요한 요건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그러나 서면질의.응답과정이 OECD 가입을 위한 중요한 관건은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다.

OECD측은 당초 이번 회의를 끝낸뒤 3차 CMIT/CIME회의를 또다시 열 것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엄낙용 재경원제2차관보를 단장으로한 우리측 대표단이
회의에 앞서 미국 영국등 주요 6개국을 사전 순방하면서 이들 국가를 설득해
3차회의가 무산된 것은 이들 국가가 사실상 한국의 가입을 승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정부가 기존 방침을 끝까지 고집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회의를 이틀앞둔 지난 2일 나웅배부총리가 OECD의 줄기찬 요구사항
이었던 현금차관을 SOC(사회간접자본) 투자기업에 한해 일부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처럼 추가개방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 관계자는 "채권시장 개방은 내외금리차가 일정수준까지 줄어들 때까지
유보한다는게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지만 주식시장의 완전개방일정 확정 등
일부 추가개방은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