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나네"

지난1일 새로 선보인 위성방송은 보는 이들에게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실물보다 더 실물 같은" 화면과 CD수준의 뛰어난 음향을 즐길수 있어서다.

화면이 16대9인 와이드TV까지 갖춘다면 그야말로 "안방극장"이 된다.

이같은 실감영상과 생생한 음향을 탄생시킨 비결은 "디지털"이다.

우리나라최초의 통신방송위성인 무궁화호에 실린 방송용중계기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영상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디지털기술이다.

이같은 디지털 기술이 말 그대로 세상을 바꿔가고 있다.

컴퓨터에서 출발한 디지털기술은 그 영역을 무한히 넓혀 우리생활의 구석
구석에까지 침투해 완전히 변모시켜 가고 있다.

디지털이 가장 먼저 변혁을 일으킨 분야는 뭐니뭐니해도 디지털기술의
성장무대인 컴퓨터.동영상을 보면서 CD를 즐기는 멀티미디어PC가 등장,
"춤추고 노래하는 PC"가 현실로 다가왔다.

디지털기술이 영상압축기술과 결합한 결과이다.

또 영상압축기술로 동영상을 기존의 통신망으로 송수신할수 있게 되면서
방송에 일대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전세계를 휩쓰는 인터넷으로 세계각국의 방송을 언제 어디서나 즉시 받아
볼수 있게 됐다.

서울의 사무실에서 지구 건너편 미국 방송을 동시에 즐길수 있게 된것.

신문이나 출판분야도 디지털화에 따른 변화에서 예외가 아니다.

문자로 인쇄된 신문을 디지털정보로 바꿔 통신망을 통해 받아볼수 있는
인터넷신문이 이미 일반화되고 있다.

또 문자로만 적혀있는 전통적인 책을 CD롬이 대신하고 있다.

게다가 그 내용과 관련된 그림이나 영상, 소리까지 포함한 생생한 책이다.

잡지도 CD롬 형태로 된 잡지, 통신망으로 배포되는 온라인잡지가 등장해
잡지의 개념을 뒤바꿔 놓고 있다.

요즘 일상생활의 중심으로 등장하고 있는 인터넷의 출발점도 논문의
디지털화이다.

연구자들이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만든 인터넷이 일반인들에게까지 보급
되면서 모든 인쇄매체의 디지털화를 촉진하고 있다.

그 결과는 세계 각국의 도서관에 있는 모든 자료를 집에서 전화선을 통해
찾아볼수 있는 전자도서관으로 연결된다.

신라시대의 금관이나 불상, 고려시대 청자 따위의 고대 예술품을 집안에서
관람할수 있는 전자박물관이 들어서고 지금 서울 인사동 거리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자기 사무실에서 관람하는 전자전시회도 열리게 된다.

디지털기술은 전통적인 사진의 존립기반을 뒤흔들기도 한다.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화면을 복잡한 인화 현상과정 없이 곧바로 컴퓨터
에서 재생시켜 볼수 있다.

그 화면을 프린터하면 그대로 사진이 된다.

물론 통신망을 통해 원하는 곳으로 즉시 보낼수도 있다.

여기에 가상현실(VR)기술이 접목되면 그야말로 "살아움직이는 현실"을
언제 어디서나 창조할수 있다.

자기집에서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직원들과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하고 피라미드안을 걸어다니며 구경할 수도 있게 된다.

디지털기술이 만들어내는 완벽한 새로운 세상이다.

< 정건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