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광장에는 국내 중소기업인 2만명이 모였다.

중소기업의 개인휴대통신(PCS)사업권획득 결의대회에 이렇게 많은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이곳에 모인 중소기업인들은 중소기업계에서 PCS사업권을 획득하자고 굳게
다짐했다.

박상희 중소기협중앙회회장을 비롯 중소기업계 원로인 유기정
한국경제인동우회회장(삼화인쇄회장)등이 앞자리에 나와 중소업계가 힘을
모으자며 힘껏 손을 치켜들었다.

중소기업컨소시엄인 그린텔이 이번에 PCS사업권을 획득하진 못했지만
이제 중소기업도 서로 힘을 합치면 대규모사업에까지 참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사실 중소기업은 혼자서는 힘이 없다.

단일기업으로는 대기업이나 정부기관등과 대항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들은 서로 힘을 합쳐 이런 큰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지난 93년말 정부가 중소기업관계법을 전면개정할 때 중소기업계에서
박상규 전기협중앙회회장(국민회의 부총재)을 주축으로 이국노 프라스틱조합
이사장등 전체 중소기업협동조합이사장들이 힘을 모아 중소기업제품구매
촉진법등을 구해냈다.

이처럼 중소기업들도 힘을 뭉치면 어떤 기관도 겁나지만은 않다.

동일업종끼리 뭉치기도 하고 다른 업종기업들과도 손을 잡아 공동애로사항
을 해결한다.

중소기업인들의 조직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것은 중소기업협동조합이다.

현재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산하에는 20개 연합회와 146개의 전국조합이
있다.

이들은 원자재의 공동조달및 공동판매 조사연구등 다양한 사업을 편다.

또 200여개의 사업조합은 5~10개기업들이 돈을 모아 협동화단지를 조성해
함께 생산활동을 전개하기도 한다.

이들 중소기업협동조합을 총괄하는 곳은 중소기협중앙회이다.

따라서 중소기업계에서 최대의 관심사는 역시 "차기 중앙회회장이 누구
일까"라는 것이다.

까닭은 중앙회회장은 투표에 의해 선출되기 때문이다.

80년대초반까지 중앙회회장은 정부측에서 선임했다.

김봉재회장과 유기정회장이 그런 케이스이다.

그러나 87년 유회장이 물러나고 부터는 이사장들 가운데서 회장을 뽑았다.

시멘트가공업종출신의 이석주회장,프라스틱출신의 황승민회장, 비철금속
출신의 박상규회장등이 차례로 선출됐다.

이 과정에서 특이하게도 이들중 아무도 연임을 하지 못했다.

현 박상희중앙회회장은 출마할 당시 단임을 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공약은 지켜질 것인가.

어쨌든 이미 중소기업계에서는 차기회장에 누가 나올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다만 중소기협중앙회회장 선거가 너무 과열양상을 보여 업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수 있다면서 얘기하기를 꺼리는 양상이다.

그러나 현재 차기중앙회회장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사람은 이병서
페인트조합이사장 이국노 프라스틱조합이사장 김직승 인쇄연합회회장
(중앙회부회장) 유희윤 제지조합이사장( " ) 등이다.

이병서이사장은 중소기업세계화연구회를 이끌면서 중소기업의 애로사항해소
와 국제화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국노이사장은 플라스틱연구소 한국재활용협회등을 설립, ISO14000시대에
걸맞는 환경정책을 수립하는데 앞장서면서 신기회 중협회등 지지세력을 통해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김직승회장은 중앙회부회장을 두번이나 맡으면서 다져온 폭넓은 대인관계로
중소기업계의 어려움을 몸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협동조합이사장들은 자기업종의 중소기업인들외에 이사장들간에도 여러가지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인맥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로는 김진태 공예연합회회장(중앙회
부회장) 김경오 니트연합회회장( " ) 김양묵 완구조합이사장( " ) 홍순직
과학기기조합이사장 김상은 신동조합이사장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한결같이 10년이상 협동조합이사장직을 맡아오면서 중소기업전반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써 왔다.

조합이사장급 기업인들은 나름대로 많은 모임을 조직하고 있다.

업계 유력인사들의 골프모임인 협진회를 비롯 친목모임인 신기회 애목회
중협회 비철회 등 다양한 모임을 형성하고 있다.

요즘은 업종이 다른 기업들끼리의 모임도 차츰 늘어나는 추세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중개로 조직되는 이 이업종교류모임은 총 235개로
늘어나 지역연합회및 전국연합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전국연합회회장은 박소범삼협전자회장이 맡고 있다.

지난 6월초에는 여성사장들로만 구성된 이업종교류모임이 대구에서 결성
되기도 했다.

이번에 결성된 이업종교류회의 노계자회장(우주공업사 대표)은 "아름다운
향기를 전하는 장미처럼 각각 다른 업종의 경영자들이 함께 모여 정보교환및
공동기술개발을 위해 교류회를 만들었다"고 밝힌다.

중소기업연수원의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한 기업인들은 기별로 교류모임을
갖는가 하면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을 졸업한 기업인들의 동기회도 업계에서
세력이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대학원 동창회는 김직승회장(동창회장) 유희윤이사장 홍순직이사장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 이치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