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화공단에 있는 남성전선의 인사고과전략은 너무나 특이하다.

인사고과란 상급자가 아래사원의 근무성적을 매기는 것이다.

그러나 이 회사에서는 사원자신의 고과를 스스로가 매긴다.

이런 제도가 정말 가능할까.

이 제도를 처음 만들어낸 남성전선의 명해종회장(58)은 "이 제도는 예상외
의 성과를 가져 오고 있다"고 밝힌다.

이 방식의 인사고과가 처음 실시된 지난해 5월이후부터 이직사원이 전혀
없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이 회사의 인사고과표는 크게 3개부문으로 되어 있다.

<>일의 이행상태 <>근무태도 <>근무능력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일의 이행상태 가운데는 일의 속도가 빨라졌나, 지시대로 정확히 처리했나
등 구체적인 항목이 나와 있다.

이런 사항은 스스로 점수를 매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원들이 이를 직접 매기기엔 묘한 부분도 있다.

근무이해력이나 판단력 등은 스스로 매기기엔 무척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사원들 스스로 몇점을 줄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을 듯하다.

그러나 이에대해 명회장은 "이 모든 것을 사원들의 양심에 맡긴다"고
잘라 말한다.

남성전선의 인사고과전략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인사고과에 따라 급여인상률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일반회사에서 자기월급을 스스로 결정하라면 엄청나게 높은 액수의 급여를
요구하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이 회사의 임금인상률 폭은 넓지 않아 올해 임금인상률은 9%에서
17% 사이였다.

사원들 스스로 자기제어를 잘하고 있는 셈이다.

명회장이 이런 제도를 만든 것은 스스로가 전선회사에서 오랫동안
월급쟁이를 해봤기 때문이란다.

"일은 시켜서 하기보다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라고 한다.

이번 임금인상에서 10% 인상을 선택한 생산부의 김인식씨는 "자신의
인사고과를 직접해 보니 자기의 결점을 이해하게 돼 많은 급여를 요구할 수
없었다"고 말하고 이 제도가 다른 기업에서도 실시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이치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