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귀속 1년을 앞두고 홍콩정청은 제조업에 대한 지원대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홍콩은 귀속후에도 세계적 금융도시의 위치를 그대로 유지하겠지만 제조업
부문은 공동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홍콩진출기업들이 중국귀속후에도 가장 유망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분야는
상품 샘플제조및 간이금형부문.

제조업 생산 거점들은 중국으로 이전되더라도 금형은 홍콩이 주역의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전망에 따라 금형메이커들은 설비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홍콩은 "조립기지"로부터 "금형거점"으로 살아 남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수주도 확대일로에 있다.

금형거점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적극적인 곳은 홍콩생산력촉진국(HKPC).

중국귀속전까지 1년동안 홍콩에 있는 금형메이커들의 생산성을 11%
높인다는 계획이다.

HKPC에는 6백명이 넘는 각 제조분야의 전문가가 있다.

지난해엔 무려 4천개사의 생산기술 상담에 응했다.

선풍기를 제조하는 송하정공향항국제제조의 경우 "선풍기의 팬부품 금형
제조라인의 노동력을 절약하기 위해 HKPC와 상담, 상당히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상담하는 분야는 금형제조기술에만 그치지 않는다. 제품도 개발해
기업에 유용하게 쓰이도록 하고 있다"(HKPC의 여신영부총재)

HKPC는 이미 중소기업을 위해 개인용 컴퓨터 CAD등을 독자개발했고 해외
에도 판매한 실적이 있다.

아이디어제품의 개발이 많은 홍콩기업의 최고 인기는 뭐니뭐니해도 간이
금형과 제품샘플을 2일내에 만드는 신속한 서비스에서 찾을수 있다.

이같은 서비스는 HKPC가 홍콩대학과 제휴, 설립한 "쾌속원형과기중심"이
담당하고 있다.

여부총재는 "이미 3백건이상의 실적이 있다"며 만족을 표했다.

여기서는 3차원의 CAD/CAM을 사용한 광조형이라 불리는 최첨단기술을 이용,
노즐(통끝에서 유동체를 분출시키는 장치)로부터 나온 열경화성수지에
광레이저를 쬐는 기법으로 샘플과 간이 금형을 제조해 낸다.

속도뿐만 아니라 높은 질도 HKPC의 자랑거리중 하나이다.

데이비드 뉴먼 홍콩대경제학교수는 "홍콩은 플라스틱제품 제조메이커들의
본산지였지만 그 대부분이 이미 이웃 광동성에 이전됐다. 그래도 쾌속원형
과기중심에 의뢰가 많이 쇄도하는 이유는 본토의 금형이 아직까지 홍콩수준
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91년에 설립된 CIM(홍콩컴퓨터 정밀모구유한공사)도 연간 1백50개의 정밀
금형을 제조, 쉴새없이 바쁘다.

이회사에는 휴렛팩커드사의 워크 스테이션, 맥도널 더글러스의 유니크
그래픽등 CAD/CAM장치가 늘어서 있다.

공작기계도 오크마의 레이저 가공기등 고가제품 뿐이다.

스위스 하우저사 제품인 지그연삭반도 있어 이 회사를 방문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 지그연삭판은 일본및 한국 금형메이커들 모두가 탐내는 기계다.

1백만달러라는 고가이기에 중소기업에선 도입하기가 벅찬 것이 사실.

그러나 이 회사에서는 이와같은 하이테크 설비를 적극 도입, 표면가공
정밀도가 2마이크론이란 높은 정밀도를 유지하고 있다.

고객은 소니 파나소닉등 일본기업이 대부분이며 일부 한국기업들도 있다.

라이 CIM사장은 "설립초부터 3차원 CAD를 도입해 왔다. 1년이내에 CAE
(컴퓨터 원용엔지니어링)체제를 구축, 2년내에 CIM(컴퓨터를 이용한 통합
생산)시스템으로 개량, 기술 고도화를 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콩에서는 이미 3백개이상의 금형메이커가 CAD/CAM을 이용하고 있다.

홍콩공업총회의 보고에 의하면 CNC제어 공작기를 도입한 공장도 2천5백개
이상에 달하고 있다.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금형업계가 불황및 인재부족으로 사업을 축소하고 있는 반면
홍콩기업들은 컴퓨터화에 의해 더욱 특화를 지향하고 있다.

홍콩기업들의 차분하면서도 이성적인 접근전략은 생각없이 떼지어 몰려
다니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를 던져 주고 있다.

홍콩반환이라는 변화에 적응한답시고 모두 중국으로 옮겨가는 것은 더
많은 희생을 부를 수도 있다는게 홍콩을 잘 아는 사람들의 조언이다.

< 홍콩=최필규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