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이 최근 고위관료를 지낸 거물급 인사들을 잇달아 그룹 고문으로
영입해 재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금호는 이달초 황인성 전국무총리(70)를 그룹 고문으로 "모신"데 이어
내달 1일자로 이승윤 전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65)을 역시 고문으로
영입키로 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로써 금호는 지난 93년3월 영입한 최창락 전한은총재(65)를 포함해
그룹 고문이 3명으로 늘게 됐다.

업계는 이에대해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의 항공노선 배분이나
신규사업 진출등을 겨냥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며 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론 금호는 이같은 업계의 막연한 추측에 대해 "얼토당토 않은
짐작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금호의 공식 설명은 이렇다.

기존의 최고문은 물론 새로운 고문 2명이 모두 박성용그룹명예회장과는
막역한 사이로 이들의 경륜을 그룹 경영전반에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것.

실제로 최고문은 박명예회장과 중앙고와 서울대 문리대 동기동창으로
"죽마고우"다.

게다가 최고문이 경제기획원에 몸담고 있던 60년대 후반과 70년대 초반엔
박명예회장이 청와대 경제비서관(68~70년)과 기획원 장관 비서관(70~71년)을
지내 정책수립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기도 했었다는 것.

이 전부총리의 경우도 박명예회장과 개인적인 연이 깊다.

박명예회장이 경제기획원을 떠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내던
시절(71~74년) 이 전부총리는 서강대 상경대 학장이었다.

특히 박명예회장과 최고문 이전부총리는 연배도 같아 과거부터 술자리를
자주 같이한 "친구"로 알려져 있다.

또 황고문은 지난 88년 4월부터 92년 4월까지 아시아나항공 초대회장을
지낸 경력이 배려됐다는 게 정설이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황고문이 아시아나항공의 초석을 다지는 데 큰 공을
세운 만큼 보은 차원뿐아니라 향후 그룹 경영에서도 자문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시중의 루머처럼 어떤 "로비"를 위한 고문영입이 아니라고
금호그룹은 강조한다.

오너와 폭넓고 친밀한 교류를 갖던 원로들을 그룹 경영에 간접 참여시키기
위한 의미외엔 아무런 뜻이 없다는 것.

어쨌든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해 그룹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아 있는 금호그룹이 "원로 고문단"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관심이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