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대표적인 작가들이 격동기 한국근.현대사의 주요인물들을
다양한 조형언어로 조명한 "미술로 본 20세기 한국인물전"이 17일~7월16일
서울 관훈동 노갤러리(732-3558)에서 열리고 있다.

인사동쪽에 있던 송원화랑이 옛 민정당사 건너편에 건물을 신축,
이전하면서 이름을 바꾼 노갤러리의 개관 기념전.

대표 노승진씨가 미술평론가 윤범모 이용우 최열씨와 함께 기획한
이번 전시회는 우리시대의 작가들이 격동기를 꿋꿋하게 버틴 선인들의
다양한 삶을 오늘의 미술언어로 새롭게 해석한 실증적 작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모두 11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이번 전시회에서는 근.현대사인물중
형상화하고 싶은 인물을 각자 선택토록 했는데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씨는
납북시인 정지용, 이종상씨는 고고학자 김원룡, 이왈종씨는 시인 김소월을
작품화했다.

또 한만영씨는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윤석남씨는 최초의 현대무용가
였던 최승희, 임옥상씨와 류인씨는 독립운동가 여운형과 김구 류관순,
홍성담씨는 노동운동가 전태일을 각각 택했다.

조덕현씨는 평범한 촌부로서 혹독했던 근.현대사를 체험한 자신의
어머니 곽춘자씨를 모델로 삼았다.

백남준씨는 중학교시절 자신을 예술의 길로 인도한 정지용의 시집
"백록담"을 작품화했다.

물이 담겨진 수반에 레이저작업으로 연출한 백씨의 작품은 사슴의
형상과 평면 멀티미디어작업이 어우러져 독특한 느낌을 주고 있다.

한국화가 이종상씨는 한국고고학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김원룡
박사의 업적을 문인화적 기법으로 표현해냈고, 이왈종씨는 시대적 아픔을
정감어린 서정시로 달래준 김소월의 "달관의 철학"을 진달래꽃의
이미지를 빌어 잔잔하게 표현했다.

서양화가 한만영씨가 선택한 인물은 분단의 아픔을 한몸에 안고 지난해
독일에서 타계한 작곡가 윤이상.

그의 통일에 대한 열망을 쌍용총고분에서 차용한 밑그림에 바이올린줄과
"윤이상의 음악세계"라는 책을 오브제로 사용한 작품속에 담았다.

95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상수상자 전수천씨의 작품은 이상의 대표작
"오감도"를 실크스크린으로 처리한뒤 인물도를 곁들였고 오브제로 사용한
철근을 두른 형태.

임옥상씨는 여운형 선생의 나라사랑정신을 담은 4m짜리 대형걸개그림을
갤러리입구 윗쪽에 걸었다.

이밖에 조덕현씨는 온갖 역경을 극복한 민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어머니의 모습을 인물드로잉과 다양한 형태의 오브제작업으로 보여주고,
홍성담씨는 전태일의 노동운동에 대한 열정을, 류인씨는 김구와 류관순을
좌우대칭의 조각작품으로 각각 형상화했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