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냐 통화관리냐"

재정경제원이 최근 종합상사들의 새로운 영업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는
금 중개무역을 두고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

종합상사들이 외상으로 금을 들여와 재수출하는 중개무역이 급증하면서
통화관리에 부담을 주고 있기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상사들이 이윤을 내기 위해 적법하게 영위하고 있는
영업행위를 무작정 규제할 수만도 없다는데 재경원의 고민이 있다.

경제학 원론에서 얘기되는 "집합의 오류"( fallacy of aggregation,
사적으로는 합리적인 경제적 행동이 국가경제에는 비효율을 초래하는
경우)인 셈이다.

<> 현황 = 지난해 금 교역량은 수출 23억8천7백만달러 수입 26억9백만
달러 등 49억9천6백만달러에 달했다.

94년의 12억5천만달러(수출 5억6천만달러 수입 6억9천만달러)에 비해
무려 4배로 불어난 것이다.

지난해 금 교역량이 이처럼 급증한 것은 종합상사들이 중개무역 형태의
금거래를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그중에도 (주)대우는 작년 한해동안 14억5백만달러어치의 금을 수출해
금거래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이는 (주)대우의 지난해 수출실적(1백6억달러)중 13%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밖에 LG상사가 4억4천3백만달러 삼성물산이 2억6천9백만달러
현대종합상사가 8천만달러 등 종합상사들의 금 수출이 전체 금 수출의 90%
가량을 차지했다.

이들의 금 수출실적은 올들어서도 지난 5월말 현재 대우 1백31%
LG 89.7% 삼성 82.6% 등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9월부터 금거래를 시작한 현대종합상사도 올 1~5월중 1억9천2백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으며 (주)쌍용 효성물산 등도 올해부터 본격 영업에
나서는 등 상사들의 금거래는 확대일로의 양상이다.

<> 재경원의 문제의식 = 한마디로 상사들의 금거래중 주류를 이루는
중개무역 방식은 "부가가치 창출도 없이 통화관리에 부담만 준다"는 게
재경원의 시각이다.

현재 상사들이 금을 중개무역하는 방식을 보면 수입할 때는 90일간의
외상(연지급수입)으로 들여와 수출대금은 수출이행과 동시에 결제받는다.

금을 들여와 재수출하기까지는 통상 1개월이 소요되므로 약 60일
정도의 기간동안 국내에 통화증발요인이 발생하는 것이다.

금 중개무역이 1회로 끝난다면 이 증발요인은 외상만기와 함께
해소되겠지만 상사들이 중개무역을 계속 늘리고 있으므로 통화증발요인
역시 계속 누적된다.

재경원은 특히 중개무역에 의한 상사들의 금 수출은 국내에서 아무런
부가가치도 낳지 못하면서 단지 국내외 금리차만 겨냥한 "재테크"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상사들이 금을 외상수입할 때 적용되는 금리가 보통 Libo (런던국제은행간
금리)+1% 정도여서 국내금리보다 5~6% 정도 싸므로 이 자금을 외상수입기간
동안 운영하는 "돈놀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재경원은 중개무역에 의한 상사들의 금 수출실적을 "거품"이라고
혹평하고 있다.

<> 상사들의 입장 = 상사들도 금의 단순 중개무역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재경원의 시각처럼 금리차만을 따먹기 위한 영업도 아니라는 게
상사들의 항변이다.

이들이 종합상사가 금 거래에 나서야 할 필요성으로 첫번째 취지는
"97년으로 예정된 국내 귀금속시장의 개방에 앞서 외국업체와의 경쟁력을
쌓으려면 미리 다양한 거래기법과 거래선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

또 단순중개무역이 그 자체로는 부가가치를 낳지 못하지만 거래규모를
대형화함으로써 수입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강변하고 있다.

가령 내수용만 따로 수입하려면 단위당 물류비용 비싸지는데 비해 이를
중개무역용 금수입에 포함시켜 사들이면 물류비용부담을 덜 수 있다는
주장이다.

<> 재경원의 대책 = 금을 계속 연지급수입대상에 포함시키되 단순중개
무역용금 수입은 제외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그런데 이 경우 어느 정도까지를 단순중개무역으로 볼지에 대해서도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포장만 새로 한 경우도 가공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단순
중계무역으로 간주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마련이 필요하다.

재경원은 또 "수출실적의 거품"문제와 관련, 중개무역에 의한 금 수출은
전체를 수출실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국내에서 가공절차를 거친 부분만
실적으로 잡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임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