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고와 정확한 행동으로 상대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역량과 실행력을 키운다"

"가슴을 열어주는 뜨거운 열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LG전자 "노사 십계명"의 일부다.

노사대표가 동수로 참여해 운영하고 있는 LG전자 신노경문화연구소는
최근 21세기를 맞는 노사의 각오와 행동지침을 담아 "십계명"을 제정했다.

노.사가 합심해서 21세기 대경쟁시대를 헤쳐나가자는 취지에서 만든
일종의 행동강령으로 이달말 정식 선포식을 거쳐 전국 모든 사업장에
게시된다.

LG전자는 노동조합이 회사 제품의 가두판매에 앞장서고 회사측도 노조의
각종 행사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고 있어 제대로된 한국적 노사관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회사.

회사 발전을 위해선 노와 사가 결코 다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같이 마시는 술도 "노사불이주"로 부르고 수련회를 같이가 밥을 지을 때도
"노사불이미"을 사용한다.

LG전자 직원들은 허리띠까지도 "노사불이 혁띠"라고 부르고 있을 정도다.

"신뢰와 믿음으로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열린 자세를 갖춘다(정직한
관계)""이해를 초월해 지원과 협조를 아끼지 않는다(고운 관계)"로
시작하는 이 십계명은 노사화합의 기본 정신인 "역지사지"가 그 바탕.

노사문제도 결국 사람끼리의 관계인 만큼 서로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문제가 생길 께 없다는 설명이다.

십계명은 또 "권리 책임을 다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아름다운
관계)" "상호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칭찬하는 관계)" "파트너쉽으로 신뢰와
존중의 자세를 갖는다(존중하는 관계)" "지원 협조의 고마움을 서슴없이
자랑한다(자랑하는 관계)"등 동반자적 협력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책임감 동일성을 갖고 참여한다(대표의식을 갖는 관계)"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높은 도전정신을 갖는다(최고 지향의
관계)"등 품질과 생산은 근로자가 책임지고 근로자의 삶의 질은 경영자가
높여준다는 기업경쟁력 창조정신을 내세우고 있다.

이 십계명은 매년 임.단협 교섭시 마다 LG전자에 "앞으로 앞으로, 일등을
합시다"라는 축시를 써 보내주고 있는 향토시인 채바다씨가 기초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노사화합은 회사발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회사의 제품을 쓰고
회사의 발전을 기대하는 소비자에 대한 책임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 십계명을 전사업장 모든 부서에 게시키로 한 것은 노사관계가
일부 노무부서와 노동조합등 관계자만이 임.단협 시즌에 만나 의례적으로
풀어가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한만진 LG전자 노경협력실장은 노사가 공동연구한 "노경관계 발전
5단계설"에 근거해 이 십계명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제까지의 노사관계 발전이론은 전제적 노사관계<>완화적 노사관계
<>민주적노사관계로 발전한다는 것이 통설이었지만 LG전자의 새 이론에
따르면 적대적관계 <>대립적 관계 <>협력적 관계 <>공동체적 관계<>창조적
관계로 발전한다는 것.

한실장은 "LG전자는 현재 4단계인 공동체적 관계에 진입한 단계"라며
이를 선진국형 최종단계인 창조적 관계에 도달시키기 위해 실천강령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총 전대길이사는 "노사관계가 질적 변혁기를 맞아 잘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간 격차가 심하게 벌어지는 양극화현상을 나타내고
있다"며 LG전자의 사례는 "노사관계안정이 경쟁력 제고의 기본이라는
좋은 예"라고 말했다.

<권영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