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강관은 최근 정몽준중공업 고문(국회의원)에게 울산동구 주민
14만명의 서명이 들어있는 묶직한 분량의 탄원서를 제출, 눈길을 끌었다.

지역주민들이 이곳에 총6천억원을 들여 연산 1백50만톤의 냉연강판
공장지으려는 회사계획에 찬성한다는 의미에서 서명한 서류였다.

울산 동구 주민이 19만명인 것을 감안할 때 전체주민의 73,6%가
공장설립을 찬성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가 이처럼 연판장을 돌리듯 서명명부를 정의원에게 내밀어야 했던
것은 공장 설립을 둘러싼 "복잡한 사연"때문이다.

현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장 건설에 착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환경단체등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며 반대를 하면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반면 울산상의등 지역경제단체와 대다수 주민들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며 공장유치에 적극 찬성하면서 이 문제는 "민감한 현안"이
돼왔다.

정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이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자 이의
강행여부는 4.11총선이후 검토하자며 회사측관계자를 달래왔다.

그러나 현대강관은 총선이 두달이상 지나면서 더이상 공장설립을 늦출
수 없다며 정의원에게 서명명부를 보여준 것.

그룹측도 일관제철소 사업계획서 제출시기가 임박한 가운데 냉연공장
설립문제가 이처럼 출발선상에서 삐걱거리자걱정스런 분위기다.

현대그룹이나 정의원이나 일부지역 주민의 반대움직임으로 뾰족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채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가 이같은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고 공장설립을 위한 첫삽을 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의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