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반도의 서쪽에 자리잡은 수마트라섬(인도네시아)은 면적이
약47만평방km로 세계에서 여섯번째 큰 섬이다.

길이가 2,000km나 되며 적도가 섬의 중앙을 가로질러 남반구와 북반구에
동시에 걸쳐있는 섬이기도 하다.

섬이 큰만큼 다양한 종족과 문화가 혼재해 있고, 열대 해변이나 정글 등
기후의 영향을 받은 경관과 화산활동에 의해 생긴 지형이 공존하는 곳이라
여행자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수마트라섬의 가장 북부엔 섬이 서구 열강에 침략당할때 끝까지
저항했던 아체(Ache)족들이 살고 있다.

그들은 피의 보상으로 현재 이슬람 법률에 따라 자치제를 실시하고 있다.

북수마트라는 아체지방의 바로 남쪽지역을 이야기하며 메단(Medan)같은
서구화된 큰 도시도 있지만 바탁(Batak)족으로 분류되는 여섯개의 부족이
농사를 지으면서 살고있다.

바탁족들은 20세기초 이지역에 들어온 독일 루터교 선교사들의 영향을
받아 거의 기독교로 개종을 했다.

그래서인지 북 수마트라에서는 모스크에서 흘러나오는 코란을 읽는
소리보다는 찬송가를 더 많이 들을수 있다.

타지인에게 가장 경외감을 주는 북 수마트라의 지형은 토바(Toba)호수이다.

7만5,000년전 화산이 폭발해서 생긴 이 호수는 길이가 100km, 너비가
31km나 된다.

처음 폭발했을때는 호수가 이보다 훨씬 넓었지만 분화구의 서쪽편이
서서히 무너지면서 호수를 메워 현재 바탁족들이 살고있는 사모서(Samosir)
섬을 형성하였다.

고원 지대에 위치한 토바호는 호수 수면의 높이가 906m나 되며 흘러
들어오는 강이 하나도 없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호수 깊이가 450m로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호수로 여겨지고 있다.

사모서 섬의 해변을 따라 바탁족들의 마을들이 형성되어 있다.

<>.토바 호수의 북쪽은 바탁족의 일족인 카로(Karo)족이 살고 있어
카로 고원이라고 불린다.

중심 도시인 베라스타기(Berastagi)는 높이가 1,330m나 된다.

수마트라를 점령한 네덜란드 사람들이 서늘한 기후 때문에 1920년대
이 곳에 별장을 짓고 9홀 골프코스까지 만든 곳이기도 하다.

현재는 서늘한 기후를 이용하여 많은 카로족들이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카로족들의 마을을 방문하다 보면 강원도의 어느 시골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지구의 숨쉬는 소리를 들어보고 싶은 사람은 베라스타기 북쪽에 자리잡은
2,094m의 시바약 화산(Gunung Sibayak)에 오르면 된다.

정상에 오르면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르고 여기저기서 쿵쿵 터지는 소리와
김빠지는 소리가 혼을 뺀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면 정상을 바라보면서 노천온천을 즐길 수 있다.

<>.토바 호수나 카로 고원에서는 열대 지방에 있다는 느낌이 잘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고도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라스타기에서 버스로 불과 두 시간 거리에 있는 항구 도시
메단에 오면 고도가 기온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하게 된다.

저지인데다 평지여서 메단 주변의 많은 곳은 플랜테이션이 발달되어 있다.

하지만 플랜테이션은 자연의 파괴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메단 근처의 부킷라왕(Bukit Rawang)에는 파괴되는 정글을 보호하기
위해 자연보호구역이 설정되어 있다.

특히 이 구역에는 정글에서 자생력을 잃은 고아 오랑우탄들에게 우유를
먹여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우유컵을 두드리면 용케 식사시간을 알고 찾아오는 오랑우탄을 보기 위해
수 많은 여행자들이 부킷라왕을 찾고 있다.

또한 강물의 수량이 풍부하여 부킷라왕은 튜브타기로도 인기가 높다.


<< 여행 정보 >>

북 수마트라를 여행하는 출발점은 메단이다.

메단은 말레이시아의 페낭이나 콸라룸푸르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비행기편으로 연결이 된다.

페낭과 메단 사이에는 페리(6시간)도 운항되고 있다.

페낭까지는 방콕이나 콸라룸푸르행 기차, 버스 등의 육상 교통 수단을
이용할 수도 있다.

메단에서 토바 호수는 버스로 3시간, 베라스타기는 2시간, 부킷라왕은
3시간 소요된다.

메단~토바호~베라스타기로 이어지는 순환 코스(3~5일 정도)나 메단에서
부킷라왕을 다녀오는 것으로 일정을 짜면 무난하다.

정글지대이므로 말라리아 약을 미리 복용하는 것이 좋다.

숙소는 어느 곳이나 최고급 호텔에서 배낭족 숙소까지 다양하다.

강문근 < 여행가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