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중앙은행인 우리 말을 믿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한국은행 자금부 사람들은 요즘 이런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아무리 신축적인 통화관리방침을 천명해도 시장참가자들이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아 고민이라는 것이다.

실제 요즘 시장금리가 속등하고 있는 것은 수급적요인보다는 심리적 요인이
크다.

높아진 통화수위를 조절하기위해 한은이 통화관리를 강화할 것이란 우려가
상존하고 있는 탓이다.

그래서 한은관계자들이 매일같이 "탄력적인 통화관리"나 "급격한 통화환수
는 없다"고 외쳐도 금리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17일에도 박철자금부장이 나서 "신탁제도개편에 따라 지난달 M2가 1.4%정도
부풀졌다"며 "M2에 양도성예금증서 금전신탁을 더한 MCT증가율은 22.9%로
3, 4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득했으나 시장금리의 오름세를
가로막지 못했다.

한마디로 한은이 전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참가자들이 밝히는 한은불신에 대한 원인은 여러가지다.

우선은 그동안의 경험이다.

한은은 지난해까지만해도 "통화관리방침"을 밥먹듯이 뒤집어왔다.

신축적인 통화관리를 외치다가도 어느날 갑자기 통화환수에 나선게
사실이다.

원칙도 없고 통화관리의 연속성도 장담할수 없었다.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한은의 "이중플레이"도 문제다.

한은은 현재 신축적인 통화관리를 외치면서도 일부 은행을 대상으로
"창구지도"를 계속하고 있다.

물론 한은은 "지급준비금을 쌓지 못하면서도 자금을 방만하게 하는 것은
문제이기 때문에 이 은행만을 대상으로 자금을 적절히 운용토록 지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시장관계자들은 한은의 창구지도가 대부분 은행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거시경제적인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는데다 한은의 위상이
별볼일 없는 것도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국제수지 적자폭 확대와 물가상승 등이 우려되는 한 정부가 총수요관리
정책에 나설수 밖에 없고 그러면 자연 통화관리도 빡빡해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또 한은이 아무리 신축적인 통화관리를 강조해도 정치논리에 의해 한은의
방침이 하루아침에 뒤바뀔 정도로 한은의 위상이 형편없는걸 감안하면
현재 한은의 통화관리방침을 전적으로 신뢰할수는 없는 노릇이라는게
시장참가자들의 주장이다.

이렇게 보면 최근 자금시장의 불안정성을 제거하기 위해선 통화당국인
한은이 우선적으로 자기신뢰를 쌓아가는게 급선무라고 할수 있다.

물론 시장원리가 아닌 심리적 요인에 의해 금리가 급등락하는 국내자금
시장의 취약성을 보완하는 것도 시급하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