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한 인켈 사장(58)이 회사를 떠났다.

해태그룹의 전자 계열 3사(인켈 해태전자 나우정밀)의 통합을 앞두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새 회사는 새로운 사람이 맡아야
한다"며 사표를 제출한 것.

그의 사임은 물론 지난 94년 "인켈이 해태그룹에 팔린 직후부터 예견돼
왔다"(인켈 C이사).

그러나 그의 사임을 업계에선 아쉬워한다.

그는 다름아닌 한국 오디오 업계의 대부이기 때문.

최사장은 인켈이 해태그룹에 팔린 뒤 무척 마음상해 했다고 한다.

그야 말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한국의 대표적 오디오 상표로
키워낸 인켈이 "매물"로 전락한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했다는 것.

특히 회사가 적자가 나는 상태가 아닌데도 창업주가 한마디 상의도 없이
회사를 처분한 것에 대해 매우 섭섭해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회사를 지켜야 했다.

흔들리는 사원들을 다독거리는 게 남은 봉사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최사장은 남은 봉사를 끝낸 지금이 물러날 시기라고 판단했을
것이란 게 직원들의 설명이다.

어쨌든 오디오 업계에 그의 공적은 많다.

그는 연세대 상대를 졸업하고 10년동안 상업은행에서 일하다가 오디오
전문업체로 창업한 지 3년밖에 안된 인켈에 관리부장으로 입사했다.

그는 기획부장시절 국내업계로는 처음으로 콤포넌트형 고급 오디오를
선보여 한국 오디오 산업 발전의 큰 획을 그었다.

또 지난 79년 미국의 대표적 오디오 상표인 셔우드를 인수하고 미국
법인장으로 부임하면서 한국 오디오가 해외에 진출하는 길을 텄다.

그는 종합 영상음향 회사로의 전환을 목표로 다음달 완공될 천안공장
건설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공장에 계획대로 TV생산라인을 설치되면 그의 숙원인 종합 영상음향
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올 연말 중국공장도 착공된다.

그가 4년간 추진한 프로젝트다.

그러나 회사상황은 최사장이 인켈호의 선장으로서 깃발을 내릴 수 밖에
없게 시리 만들었다.

해태그룹이 전자 3사를 합치기로 한 이상 자신의 배와 운명을 같이
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직 한 길에 매진하면서 황무지나 다름없던
곳에서 40여개국에 수출하는 세계적 업체를 꽃 피워낸 전문 경영인이
경영상태와 관계없이 한 순간에 물러나야 하는 게 우리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주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