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도 공휴일이고 힌두교의 타이푸삼 축제도 열린다.
그리고 회교도인들은 금식 기간을 준수한다.
하지만 매달 음력 보름이 공휴일로 정해져 있을 만큼 불교의 세력이
강하다.
이는 기원전부터 불교 왕국이 존재했고 그 이후에도 흥망을 거친 많은
왕국이 불교에 바탕을 둔 왕조였기 때문이다.
유네스코는 과거에 존재했던 왕국들의 유적지를 발굴하여 복원하는
작업을 스리랑카에서 계속 펼치고 있다.
이들중 몇몇 유적지는 복원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과거의 찬란했던
스리랑카 불교 예술을 보기위해 찾아온 많은 여행객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스리랑카의 고대 도시를 대표하는 두 곳은 아누라다푸라
(Anuradhapura)와 폴론나루와(Polonnaruwa)이다.
아누라다푸라는 기원전 380년에 스리랑카의 수도가 된 곳이다.
불교를 바탕으로 통치를 했으며 남인도의 타밀족들이 스리랑카를 자주
침범하던 AD300년께에 전성기를 이루었다.
그후 500년이나 그 명맥이 이어졌으므로 천년 왕국을 이루었던 곳이다.
복원되어 있는 다고바(대형 불탑)와 기둥만 남은 궁전 터들이 과거의
영화를 나타내주고 있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처럼 아누라다푸라도 1845년까지 정글속에 묻혀
그 존재를 몰랐기 때문에 신비감을 더해 주고 있다.
아누라다푸라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을뿐 아니라 현재도 불교 성지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불자들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성지로 지정된 이유는 스리마하 보리수( Sri Maha Bodhi-Tree )가 있기
때문이다.
석가가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의 분목을 부다가야로 부터 아쇼카왕의
왕녀가 가져다 심은 것으로 전해져 수목이 2000년을 넘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아누라다푸라에서 버스로 동쪽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폴론나루와는 남인도의 침입을 받은 아누라다푸라가 수도를 옮겨
세운 왕국이다.
12세기에 전성기를 이루었지만 14세기에 멸망했다.
아누라다푸라 보다는 면적이 좁지만 상당히 도시 규모가 짜임새 있고
예술적인 측면에서 많은 진보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바위에 조각한 불상들은 우리나라의 석굴암을 연상시키며, 태국의
수코타이를 가 본 사람이라면 절의 양식이 폴론나루와와 너무 유사한 것에
놀랄 것이다.
불교의 세계관을 나타내는 문스톤( Moon Stone )도 여러 곳의 계단 끝에
아주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다.
<>.아누라다푸라와 폴론나루와는 모두 스리랑카 북부 내륙의 고원 지대에
위치한다.
그래서 다고바 처럼 높은 곳에 올라가 사방을 바라보면 온통 정글이라
가슴이 저절로 탁 트인다.
하지만 이런 기분을 좀더 강도 높게 해 주는 곳이 시기리야(Sigiriya)
이다.
5세기께 부친을 죽이고 왕권을 차지한 캇샤파 왕이 정글 한 복판에 있는
바위산에 궁궐을 만들었던 곳이다.
그는 부친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바위산에 500명의 미녀의 프레스코화를
남겼으나 현재는 18명것만 남아있다.
아무튼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통치자는 흐뭇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정상의 목욕탕까지 물을 날랐던 백성들은 죽을 맛이었을 것이다.
지리적 이점으로 12세기부터는 요새로 사용되었는데 북동쪽으로 버스로
1시간30분이나 떨어진 폴론나루와 주변의 인공 호수가 이곳에서 보인다.
시기리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담불라라는 교통의 요지가 있다.
담불라 마을 남쪽 10km 지점에 바위산을 파서 만든 동굴에 절이 있다.
스리랑카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순례지로 각 종 탱화와 불상이 동굴
전체를 뒤덮고 있다.
예술적 가치도 뛰어나지만 종교적 열정이 가득찬 순박한 스리랑카인을
만날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총알 합승 버스가 국도를 달리지만 마을 입구에 있는 불상 앞에서는
꼭 정차를 하고 차장이 뛰어가서 시주를 할 정도로 불교는 스리랑카에서
생활화 되어있다.
<< 여행정보 >>
한국사람은 비자 없이 스리랑카에 30일간 체류할수 있다.
서울에서 스리랑카의 수도인 콜롬보까지 가는 직항편은 없다.
싱가포르 항공을 이용하면 싱가포르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는 것만으로
스리랑카에 갈수 있다.
서울에서 싱가포르까지는 7시간, 싱가포르에서 콜롬보는 3시간30분
걸린다.
또 다른 방법은 방콕에 가서 에어랑카를 타고 콜롬보에 가는 방법이다.
고대 도시를 둘러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담불라에 숙소를 정하고
한 군데씩 당일로 다녀오면 된다.
콜롬보에서 담불라까지는 버스로 4시간 정도 걸리며 담불라에서 버스로
아누라다푸라는 북서쪽으로 1시간30분, 폴론나루와는 북동쪽으로
1시간30분정도 떨어져 있다.
시기리야는 북동쪽으로 30분정도 떨어져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게스트하우스가 있지만 시골 도시이기 때문에
조금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담불라와 캔디는 일반 버스로는 3시간 걸리지만 중간에 정차를 하지
않는 관광버스라면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강문근 < 여행가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