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받은 자는 경력도 화려한 분이다.
옛 경제기획원에서의 풍부한 관료 경험과 미국유학을 거친 학식을 갖춘
분으로 판단된다.
최근에는 연탄과 가스를 취급하기도 할 만큼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말의 유감이 남아 있다.
증감원장은 단순히 장관급이라는 명목상의 지위외에 증권시장의 각종
행정사항을 총괄한다는 점에서 자리의 비중은 재론할 이유가 없다.
성숙한 자본주의하에서 자본시장이 갖는 중요성을 생각하면 단순히
행정부의 장관자리보다 중요성이 더하면 더하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증권시장의 성립을 책임지고 유가증권의 효력을 발생시키며 기업의
자금조달 등이 모두 증관위원장을 겸하는 증감원장의 소관사항이다.
그래서 증관위를 구성하는 증관위원의 자격을 증권거래법은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 규정은 증권거래법 119조로 "증관위원은 유가증권에 대하여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자"로 구성한다고 못박고 있다.
위원장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새로 증감원장에 보임된 분이 유가증권에 대하여 학식과 경험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수 없다.
공식적인 프로필의 어떤 부분을 찾아봐도 기획원 관료경험 외에는
유가증권에 대한 경험은 전무하다.
혹여 개인적으로 주식이나 채권투자를 오랫동안 해왔다면 물론
모를 일이다.
더우기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이 분의 출신지가 경남 창령이라는 점이다.
불행히도 우리는 출신지역을 거론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바로 지난 4월 증관위 상임위원으로 보임된 분도 공교롭게 경남 마산
이었었다.
이 분은 과거 증관위로부터 징계까지 받은 일이 있지만 증관위원으로
내려와 증권계의 강력한 반발을 샀었었다.
그리고 다시 동향출신이 증관위원장으로 보임됐다.
백원장은 물론 돈을 받았으니 백번을 양보해도 할말이 없을 터다.
그는 대구 경북대학을 나와 재무관료로 오랜 시절을 일해왔다.
묘한 대비를 이루는 인사라 하겠다.
신임 증관위원장은 서울 아현동 가스사고에 책임을 지고 가스공사 사장을
물러난 경력도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