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1.4분기 국내총생산(잠정)"의 특징은 "국내경기가
연착륙기조에 들어선 것은 확실하지만 연착륙을 장담할수만은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1.4분기 성장이 양적으로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괜찮았지만 4월부터는
수출증가세가 급속히 꺾이는 등 곳곳에 불안징후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1.4분기 성장만 따져보면 경기연착륙을 점치기에 충분하다.

실질국내총생산(GDP)기준 7.9%성장률이란 숫치가 우선 그렇다.

이는 한은의 당초 전망치(7.3%)를 웃도는 수준이다.

작년 4.4분기성장률(6.8%)보다는 1.1%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성장의 내용도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민간소비(7.5%)와 건설투자(10.0%)및 상품수출(24.1%)이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제조업생산도 전년동기보다 7.8% 증가, 작년4.4분기(7.5%)를 웃돌았다.

건설업도 인천국제공항 경부고속철도 전력시설등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투자확대로 9.3%증가했다.

따라서 당초 우려되던 경기급랭은 적어도 1.4분기엔 기우로 끝난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런 기조가 연말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할수 없다.

지난달 수출증가율이 5.5%(금액기준)로 급속히 둔화됐다.

특히 총수출에서 20%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의 경우 가격하락으로 비상이
걸린 상태다.

성장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수출증가세둔화는 경기의 급속한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최근 국제수지대책을 세우기 위해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해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설비투자가 1.4분기중 4.3%증가, 작년
4.4분기에 이어 2분기연속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것도 문제다.

설비투자의 성격상 증가세둔화 영향은 6개월후에나 나타난다.

건설투자가 활발하다고는 하지만 총선(4월11일)을 앞두고 정부의 재정
조기집행이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1.4분기 증가세가 계속될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중화학공업은 10.8%라는 높은 신장세를 기록한데비해 경공업은
2.0%감소, 경기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되는 양상이다.

한진수 대우경제연구소 국내경기팀장은 "이런 여건을 고려하면 올 성장률이
6%대로 내려앉을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한은의 전망은 이와는 다른다.

사뭇 낙관적이다.

수출이 둔화되고 있다곤 하지만 GDP기준인 물량기준으론 지난 4월 12.5%
늘어나는등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활발한 건설투자가 설비
투자둔화세를 상쇄하고 있으며 GDP의 65%를 차지하는 소비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근거에서다.

한은은 따라서 GDP성장률은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7.3%와 7.0%를 기록,
연간으로 7.2%성장해 연착륙이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오히려 "올 국내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경기나 물가보다는 국제
수지적자폭 확대"(김영대 조사담당이사)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제수지 적자폭확대도 결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만큼 국제수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올 경기연착륙 여부를 좌우할 전망이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