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최근 통화고삐를 조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지적은 "현재의 통화관리가 원활하므로 신축적인 통화관리방침엔
전혀 변화가 있을수 없다"(박철 자금부장)는 기존 한은의 입장과 대조적
이어서 주목된다.

자금관계자들이 통화관리강화의 신호로 해석하는 첫번째 근거는 당좌
대출금리의 대폭 인상이다.

은행들은 지난 22일 당좌대출 기준금리를 지난 1월4일(연12.5%)이후
가장 높은 연12.4%까지 고시했다.

이어 23일도 12.8%(제일 신한 외환은행)까지로 결정했다.

이처럼 당좌대출금리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최근 콜금리등 당좌대출금리의
산출기준이 되는 단기조달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좌대출금리 상승폭이 조달금리 상승폭보다 훨씬 크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즉 "당좌대출 금리를 올리라"는 압력이 작용했고 그 압력의 주체는
한은이라는게 시장의 정설이다.

이달들어 통화수위가 계속 높아지고 지난달 2조원가까이 늘어난 당좌대출이
회수되지 않고 있어 당좌대출회수를 통한 통화수위를 낮추기 위해 당좌대출
금리를 높게 고시토록 했다는 논리다.

실제 지난 20, 21일 이틀동안 1조원가량 증가했던 은행당좌대출 잔액은
기준금리가 연12.0%이상으로 고시된 22일 5대 시중은행에서만 3천억원줄어
이런 논리는 설득력을 얻고 있다.

23일 한은이 은행들에 환매채(RP)를 파는 방법으로 1조원을 규제하면서
설정한 금리도 통화관리강화의 조짐으로 꼽히고 있다.

이날 한은은 1조원을 묶으면서 연11.1%의 금리를 지불했다.

이는 지난 11일의 연9.8%보다 1.3%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RP규제금리는 은행간 콜금리의 기준이 되므로 앞으로 콜금리는 연11.1%
이상에서 형성될 전망이다.

한은이 이처럼 손해를 감수하고 규제금리를 높게 설정한 것 역시
통화관리의 강화차원이라는 해석이다.

한 관계자는 "최근 한은의 이런 노력덕분에 15%대중반까지 올랐던 총통화
(M2)증가율이 다소 떨어졌다"며 "이로 미뤄 한은이 저금리를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통화관리에 역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터무니 없는 해석이라고 부인한다.

국내경제사정을 고려할때 연11%대 초반인 현재 금리수준이 적정한만큼
이에 맞춰 통화관리를 한 것을 시장관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