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내놓은 조직 및 기능개편계획은 "21세기
팍스 코리아나 시대를 여는데 무공이 향도역할을 하겠다"는 야심찬 의욕을
담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서고 수출이 1천억달러를 넘어선
시점에서 다시한번 무공의 역할을 재정립해 "21세기 세계 최고의
종합무역투자진흥기관"이 되겠다는 것이다.

무공이 이처럼 "개혁의 장정"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국내외적으로
두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첫째는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기업뿐 아니라 각국의 무역진흥
기관들도 국제경쟁력이 요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일본 무역진흥회(JETRO)의 경우 지난 94년부터 개혁에 착수 씽크
탱크형 기관으로의 변신작업을 진행중인게 그한예다.

이태리의 ICE 등도 요즘 한창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조직개혁에
몸부림하고 있다.

두번째 요인은 국내기업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는 "무공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는 요구다.

무공은 지난 62년 창립된 이후 30여년간 해외시장개척에 1등 공신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조직의 비대화와 함께 비효율적인 모습도
곳곳에서 드러냈다.

특히 선진국 시장의 경우는 이제 일반기업들도 현지화를 통해 깊숙히
진출해 있어 무공의 역할 자체가 무용해지는 상황에 놓였게 됐다.

무공이 이번 조직개편 계획에서 선진국 시장의 무역관을 축소하고
개도국에 전진배치키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무공의 조직개편 계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1인 주재형 무역관인 "스포크"를 신설키로 한 것이다.

무공직원이나 현지인 1명이 주재하면서 별도의 사무실 없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는 스포크는 한마디로 인력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또 무역인재 양성을 위해 통상대학원을 설립키로 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는 무공이 축적하고 있는 해외진출 지원경험을 중소기업들에게
전파함으로써 21세기를 이끌어나갈 지역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무공이 "교육기관"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찾아낸 셈이다.

무공은 내년중 교육법이 개정되면 특수대학원 형태로 통상대학원을
설립할 예정인데 이에앞서 우선 올 연말께는 통상아카데미를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무공의 이같은 개혁작업에는 물론 그에 상응하는 임직원들의
고통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무공직원들은 무엇보다도 본사인원을 감축하고 해외조직망을 확대함에
따라 국내외간 교대근무 일정에 차질이 빚어져 자녀교육 등에 애로를
겪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생활여건이 열악한 개도국이나 신흥시장에 무역관이 전진배치되는데서
오는 불편도 예상된다.

그러나 급변하는 국제경제환경에서 무공이 제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런 고통의 감수는 불가피하다고 할수 있다.

< 임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