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 = 조일훈 기자 ]

임금협상철을 맞아 성남소재 민주노총소속 사업장이 올해 임금인상분을
회사측에 전액 반납, 화제를 모으고 있다.

분당구 삼평동에 자리잡은 종합건설업체 (주)한성의 노사양측은 지난
5월3일 총액대비 8.5%인상안에 합의하면서 올해 임금교섭을 타결했다.

회사측이 제시한 인상안을 노조측이 조건없이 받아들이는 무교섭 타결
형식이었다.

올해 임금교섭을 앞두고 내심 불안해하던 회사측이 반색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 뒤에 더욱 놀라운 상황이 벌어졌다.

뜻밖에도 노조측이 올해 임금인상분 10억여원을 회사측에 전액 반납해
버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창사이래 처음으로 1백60억여원의 적자를 기록, 어려워진 회사의
경영여건을 감안한 노조의 충정이었다.

특히 (주)한성이 민주노총소속 사업장이었기 때문에 놀라움은 더욱 컸다.

이 회사는 국가유공자를 위한 보훈기금을 조성하기위해 운영되고있는
종합건설업체로서 국가보훈처 출연기업.

사실 (주)한성은 비록 지난해 적자운영을 했지만 지난 83년이후 매년
수십억원의 흑자를 올려온데다 적자의 성격도 건설경기 침체와 아산공장
신축을 위한 확대투자에 따른 것이어서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이때문에 지역내 노동계는 한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식의
은근한 힐책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정헌 노조위원장은 "노조로서 본연의 역할을 포기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잘라말했다.

그는 이어 "싸움에도 나아갈 때와 물러나야할 때가 있는 것처럼 회사가
처한 여건에 따라 노조도 활동목표와 수단을 달리해야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80%의 조합원들이 임금반납에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는 점도 회사측에 커다란 힘이 되고있다.

지난달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된 박규식 사장(전현대엘리베이터 사장)은
"회사를 살리기위해 노와 사가 따로일 수 없다는 사실을 조합원들이
가르쳐주었다"며 "반드시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려 노조의 값진 양보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낙하산인사와 공기업 특유의 소극경영으로 노사간 잦은 마찰이
빚어지자 국가보훈처가 처음으로 전문경영인을 스카운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투쟁"에서 "협력"으로 방향을 선회한 노동조합과 산전수전 다
겪은 전문경영인이 의기투합을 이룬 탓인지 곧 회사의 밝은 청사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우선 올해 매출을 지난해(1천1백90억원)의 두배가까운 2천2백50억원으로
늘려잡고 당기순이익 목표액을 20억원으로 책정했다.

또 98년까지 회사의 부채를 탕감한 뒤 근로자들의 땀과 노력에 걸맞는
보상을 약속하고 있다.

박형신 성남노동사무소장은 "한성의 노사협력의지가 올해 성남지역의
순조로운 임.단협을 유도하는데 큰 힘을 주고있다"며 "산업현장에 불기
시작하는 노사화합 바람을 실감할 수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이위원장은 회사내부의 기틀이 어느정도 잡히자 요즘 건설물량수주를
위해 직접 외부현장을 뛰어다니고있다.

회사측도 박사장을 비롯해 모든 임직원이 한마음으로 회사재건에 앞장설
채비를 갖추고있어 (주)한성은 창립이래 가장 활력이 넘치는 순간을
맞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