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회사와 생활설계사들의 세계를 담은 보험추리소설이 국내
처음으로 출간돼 화제다.

중견작가 이종곤씨가 생활설계사들의 애환과 열정, 보험 및 기업비리와
관련된 살인사건, 이를 추적하는 경찰과 사망조사요원들의 얘기를 엮은
장편 "안개가 걷히고 그 남자가 걸어왔다" (전2권 제3문학사간)를
펴낸 것.

은행합병이나 주식시장을 소재로 한 소설은 더러 있었으나 보험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룬 것은 이책이 처음.

더욱이 보험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사회현상을
반영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구로공단 여공이던 김주희는 노동운동가 출신의 서현진을 만나
보금자리를 꾸민다.

6년만에 종합상사 비즈니스맨으로 성공한 서현진이 파리에서 의문의
사고사를 당하면서 얘기는 급박하게 전개된다.

망연자실하던 주희는 생활설계사 진미라로부터 거액의 보험금을
수령하라는 통보를 받고 그 돈으로 "당신의 향기"라는 카페를 연다.

카페 손님중에는 경찰청특수부 경감인 강훈과 그의 애인 수지, 외과의사
박혜린, 형사출신 생활설계사 진미라 등이 있다.

어느날 파리에서 의문의 전화가 걸려오고 장례까지 지낸 서현진이
살아있다는 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곧이어 전자공학박사 고병준이 살해되고 보험금문제와 관련해 그의
아내인 인기여배우 장미진을 수사하던 강훈은 고박사가 국방산업프로젝트와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이를 계기로 서현진의 죽음에 대한 베일이 한겹씩 벗겨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두 사건이 얽히고 설키면서 서울과 파리를 넘나드는 "프로"들의
숨막히는 생명보험드라마가 펼쳐진다.

이 작품은 사건중심의 흥미본위로 전개되는 일반추리소설과 달리
살인사건의 배후에 있는 거대 보험시장의 명암을 깊숙이 파헤친 것이
특징.

작가는 고객확보를 위한 생명보험사들의 사투와 기상천외한 아이디어,
프로 비즈니스우먼의 직업의식등을 그리면서 궁극적으로는 "돈"에 짓눌린
자본주의사회의 허상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36년 부산태생인 이씨는 동국대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기자 PD 방송작가로
일했으며 사회평론집 "자갈치 아지매"와 경제관련소설 "국제무역전쟁"
"포커페이스" 등을 펴낸데 이어 지난해에는 "삼성기질 현대기질"을
출간해 주목받았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