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관을 거의 가득 메운 관객석에서 쉴 새 없이 웃음이 터져 나온다. 영화 속 코미디 설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웃음은 안도의 웃음이자, 기대의 웃음이다. 위의 상황은 지난 6월 11일에 있었던 '핸섬가이즈'의 언론배급 시사회의 풍경을 한 줄 요약한 것이다. 살벌하게 생긴 (?) 두 남자의 좌충우돌을 그린 이 코미디 영화는 어쩌면, 아니, 거의 확실히, 최근 한국 상업영화의 대참패 ('설계자', '원더랜드')를 만회해줄 구원자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영화 '원더랜드' 뉴스] AI 남친에 빠진 '원더랜드' 수지, "실제 이런 서비스 있으면 써볼 것"남동협 감독의 장편 데뷔작 '핸섬가이즈'는 2010년에 개봉한 미국·캐나다 합작영화 '터커 & 데일 Vs 이블' (엘리 크레이그)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호러의 클리셰와 관습을 재치 있게 활용한 이 영화는 선댄스 영화제에 초청됨과 동시에 관객과 평론가들에게도 호평받았다. 한국판 리메이크 '핸섬가이즈' 역시 이야기와 장르에 있어 전작의 기본 골자를 따른다. 영화는 험한 외모를 가진 덕에 어디 가나 오해받는 ‘재필’ (이성민)과 ‘상구’ (이희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재필과 상구는 목수 일을 하며 건실하게 살아가는 청년들 (놀랍게도 이 영화에서 이성민 배우는 79년생으로 등장한다)이지만, ‘흔치 않은 외모’로 늘 사람들에게 오해와 차별을 받는다. 그들은 모아 둔 돈으로 시골에 버려진 저택을 사서 새로운 전원생활을 시작할 것에 들 떠 있는 중이다.그러나 역시 그들의 발목을 잡는 ‘외모’로 이사 첫날부터 동네 경찰 ‘최 소장’(박지환)
※이 기사는 6월27일 발간되는 아르떼 매거진 7월호에 게재될 예정입니다."소설가 김기태가 그리는 평범함은 하나의 특색이나 주제로 집약되지 못한다. 그는 우리가 평범한 일상에서 간과하는 평범함을, 특유의 소설적 예리함으로 포착해낸다."소설가 김기태(39)를 가장 잘 나타내기 위해선 다소 식상한 관용구를 가져올 수밖에 없겠다. 김기태는 몇년 전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는 2022년 30대 후반의 나이에 한 일간지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고, 이후 2년여 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과 두 번의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받았다. 그가 발표한 단편들은 문학과지성사 '이 계절의 소설'에 세 번, '올해의 문제소설'에 두 번 선정되는 등 요즘 문단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얼마 전 첫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낸 김기태를 인터뷰했다. 이번 소설집엔 등단작 <무겁고 높은>을 비롯해 그간 발표한 단편소설 9개를 모았다. 각각의 단편은 저마다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예컨대 <롤링 선더 러브>는 일반인 데이트 예능 '나는 솔로'를 패러디한 프로그램 '솔로농장'에 출연한 여성이 사랑을 찾는 과정을 그렸다. <보편 교양>과 <세상 모든 바다>는 각각 공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아이돌 팬문화를 다룬다. 대중가요와 TV 예능 프로그램, 인터넷 유행어 등의 활용도 두드러진다. 지극히 현실적이다. 김기태의 소설이 '2020년대식 리얼리즘'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문단에선 간혹 세태소설(사회의 풍속이나 세태의 단면을 묘사하는 소설)을 순수소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문학성이 떨어진다고 보기도 한다. 사회상을 피상적
아트바젤의 본고장 스위스 바젤. 라인강에서 10분 거리, 도심 한가운데 있는 '메세 바젤'은 인구 20만 명의 도시에 매년 100만 명이 찾아오는 스위스 최대 규모의 컨벤션 센터다. 벌집 모양의 은빛 거대한 두 개의 건물을 연결하는 광장. 그 광장 위를 지붕처럼 연결하는 원형의 큰 덩어리는 중앙부가 뻥 뚫려 있어 마치 우주선에서 내려 새로운 공간으로 진입하는 것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스위스 바젤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 듀오 헤르조그 앤 드 뫼롱이 2013년 완공한 후 지금까지 미래형 광장의 표본으로 여겨진다. 지난 11일 개막한 제 52회 아트바젤에선 이 웅장한 건축물을 압도하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콘크리트로 뒤덮인 1000㎡(약 300평) 면적에 녹색의 밀밭이 펼쳐진 것. 이 작업은 아트바젤이 '메세플라츠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개최한 공공미술의 하나다. "환경을 생각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자"는 식의 뻔한 메시지가 아니다. 이 프로젝트는 1세대 대지예술가이자, 생태예술의 시작점이기도 한 아그네스 데네스(93)에 대한 헌사다. 아그네스 데네스는 헝가리 태생의 미국 작가다. 아트바젤 메세 광장에 설치된 작품은 1982년 데네스가 뉴욕 로어 맨해튼(현 배터리 파크) 매립지에 8000㎡(약 2450평)에 달하는 밀을 심었던 '밀밭-대립(Wheatfield – A Confrontation)' 을 42년이 지나 재현한 것이다. 데네스의 대지예술은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뉴욕 설리번 카운티에서 '쌀, 나무, 매장'이란 제목의 퍼포먼스를 했다. 뉴욕 북부에 벼를 심고, 주변 나무들을 묶은 뒤 타임캡슐을 묻고 나서 "지구, 미래와의 소통에 관한 것이었다"고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