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업체들이 3천cc 급이상 대형승용차를 예정보다 앞당겨
선보이는 등 외국메이커들의 대한공세에 "정면 대응"을 선언하고
나섰다.

현대자동차가 당초 6월로 잡았던 국내 최고급모델 다이너스티의
신차발표회를 6일 가졌다.

기아자동차도 올 하반기로 예정하고 있는 포텐샤 후속모델을 최대한
앞당겨 선보이기로 했다.

다음달부터 본격상륙하는 도요타 아발론, 포드 토러스 등 수입차들의
"파상공세"에 대비한 일종의 "선수치기" 전략이다.

박병재현대자동차사장은 이날 신차발표회에서 다이너스티를 "플래그
쉽 세단"(Flag Ship Sedan)으로 표현했다.

플래그 쉽은 함대의 최고군함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수입차와의 대형차 시장경쟁에서 한국차의 개성과 명예를
지키겠다는 의지로 개발한 한국을 대표하는 차라는 얘기다.

실제로 현대측은 도요타 아발론 포드 토러스등 세계에서 명차로 명성을
얻고있는 수입대형차와의 싸움에서 내수시장 "방어"를 자신하고 있다.

"수입차들은 오너드라이버를 주 타킷으로 한 반면 다이너스티는 뒷좌석에
모든 편의성과 사양을 집중시켰기 때문에 품격면에서 한수 위"(김만유
승용마케팅실장)라는 것.

국내 대형차 수요의 대부분이 기업들이기 때문에 이들 고객만큼은 확실히
장악할수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다이너스티는 국내고객들이 선호하는 각종 안전.편의장치도
최첨단으로 무장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운전자의 체형에 맞게 운전석과 백미러를자동조절할수 있는 IMS(집적회로
시스템)와 운전자의 가감속의지에 정확하게 반응하는 "피지제어 4단
자동변속 시스템"을 적용한 것도 일례다.

현대뿐만이 아니다.

기아자동차도 빠르면 오는 9월께 포텐샤 후속모델인 "T-3"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 차는 일본 마쓰다사의 "뉴 센티아"를 기본 모델로 해 스타일을
보다 세련되게 개조했다.

선진업체들과 맞서기 위해 국내고객들 기호에 맞게 디자인을 가다듬었다.

국내업체들이 이처럼 신차를 통해 수입차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밀물처럼 밀려들어오는 수입차들에 대응하기 위해선 우선 "대형차
사수"가 절대절명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대형차에서 한번밀리기 시작하면 중형차시장도 "위험상황"에 처할
것은 뻔하다는 분석이다.

그런 점에서 국내업체들의 대형차 신모델 발표는 "안방"을 더이상
내줄수없다는 의지가 반영된 일종의 "배수진"전략인 셈이다.

<이성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