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청와대가 대형 국책사업 시행을 위한 특별법 제정및 특단의 조치를
서둘러 추진키로 한 것은 최근 경부고속철도 인천국제공항(영종도신공항)
원자력발전소등 시급한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사업이 지역이기주의및
부처이기주의에 막혀 난항을 겪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을 둘러싸고 도미노현상처럼 번지고 있는 지역
이기주의및 부처이기주의를 제도적으로 차단하지 않는 한 국가경쟁력
제고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대형 국책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여기에는 국책사업 시행을 둘러싸고 불거진 지역이기주의및 부처간 이견
대립을 협의를 통해 조정하려 했던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보기는 커녕
지방자치단체간 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에 갈등만 증폭시키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한마디로 아직 성숙되지 않은 지방차치제도나 정부 부처간 업무영역
존중보다는 국책사업의 강력한 추진에 우선 순위를 두겠다는 의지이다.

실제로 이미 착수된 경부고속철도및 가덕도신항만, 신공항고속도로 건설
사업 등이 지역이기주의및 부처이기주의에 막혀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언제든 비슷한 사례가 돌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문제들이 ''특별법제정''의 직접적인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경부고속철도의 경우 경주노선을 놓고 문화체육부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개통시기 지연은 물론 2조원 가량의 추가 예산이 투입돼야 할 지경이다.

경부고속철도는 경주노선뿐만 아니라 경기도와 충북, 경북등이 지역내
중간역 설치를 요구하고 나서 이들을 수용할 경우 자칫하다간 고속철도가
아닌 일반철도로 전락할 가능성까지 안고 있다.

경부고속철도는 이미 대구및 대전노선을 당초 계획에서 변경, 지하화하기로
하면서 추가사업비및 2년에 가까운 세월이 허송됐다.

신공항고속도로 건설사업에 나타난 지역이기주의는 더욱 심각하다.

관련 광역자치단체는 물론 구단위까지 요구조건을 내세우며 사업시행을
지연시키고 있다.

인천광역시 서구청은 구역내 인터체인지 설치를 요구하며 고속도로 행위
허가및 관련 건축물 인허가를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나섰다.

가덕도신항만 건설사업은 기본설계 수립단계에서 부터 철새도래지 보호를
내세운 문화체육부의 입지선정 타당성 협의요구에 직면해 있다.

사회간접자본시설 관련 국책사업 시행을 맡고 있는 건설교통부는 앞으로
추진과제로 남아 있는 호남고속철도및 동서고속철도의 경우 더욱 심한
지역이기주의에 부딪힐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밖에 물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중인 다목적댐 건설사업도 입지
지역의 주민들 반대로 시행이 쉽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정부와 청와대는 빠른 시일내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범정부적인
국책사업추진위원회 또는 대통령직속의 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등의 특단의
조치를 강구,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는 열악한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사업을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