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조합"

자동차부품업체가 주로 입주해 있는 경주 용강공단내 명신산업(대표
김성광) 노조는 지난3월에 조합원들의 80%이상의 지지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노동조합명칭을 이같이 변경, 사용하고 있어 노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새로 출범한 노조집행부가 과거 대립적노사관계를 청산,
노사화합을 통한 조합원의 복리증진을 최고 목표로 선언한데 이어 아예
그뜻을 조합명에 담아버린것.

해마다 노사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용강공단에서는 명신산업의 이러한
변신이 그야말로 충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직 노조위원장이 재야노동단체인 경노협의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강성이던 이회사노조의 변화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투쟁을 위한 투쟁"
으로는 얻을 것이 없다는 점을 깨달은데 따른 것이다.

소나타 마르샤 그랜저등 현대자동차가 생산하는 중대형 승용차의 뼈대인
멥버류를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이회사는 지난 87년 노조의 설립이후
해다마 노사분규에 시달려왔다.

지난93년과 95년에는 노사대립으로 부분파업에 돌입하는등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다.

제품의 특성상 라인의 중단은 모기업인 현대자동차의 가동중단으로 까지
이어져 노사분규가 가져오는 피해는 사실상 엄청날수 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회사측도 명절 선물과 체육대회까지 없애는등 감정적으로
대응, 노사관계는 더욱 악화되고 89-94년 사이의 누적적자가 60억원에
이르는 등 경영상태 역시 나빠져만 갔다.

이같은 대립적 관계가 조합원들에게 오히려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노조의 강경노선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마침내 지난해 11월에는 강성노 조집행부가 불신임당하고 복지노조를
주창하는 현집행부가 들어서기에 이르렀다.

새 집행부는 회사측에 화합을 통한 새로운 도약을 제시했고 회사측도
이에 호응, 새로운 관계정립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노조는 지난해 12월 노사 100ppm달성과 생산성향상에 노조가 적극 참여
하고 비제도권과의 단절 등을 선언했다.

지난4월에는 노조설립이후 처음으로 무교섭으로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노조는 조합운영의 공개도 단행, 조합원들로부터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중요안건의 경우 점심시간등을 활용해 조합원총회에서 공청회식으로
결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가 하면 노조위원장이 현장직원들의 의사를
수렴해 거의 매링 경영진에게 직접 전달하고 있다.

회사측도 노조의 노력에 발맞춰 조합원들의 사기진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새로운 노사화합분위기 형성을 위해 통상급의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주택자금지원 사내노래방설치 모범사원해외여행등 여러가지 복지시책을
펼쳐나가고 있다.

이같은 노사간 노력은 아나둘씩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작업장분위기는 크게 바뀌어 생산성이 향상되고 100ppm품질인증획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 앞으로 제품설계 능력까지 겸비해 기술 자립화를 이루고 내년2월까지
생산과 관리를 통합한 경영정보시스템을 완료해 세계적인 회사로 도약
한다는 장기비젼을 마련, 추진하고 있다.

이와함께 오는 2000년에는 매출액을 올해의 6백50억원에서 1천억원으로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중이기도 하다.

이회사의 김성광 사장은 "앞으로는 분기별로 노조에 경영실적을 브리핑
하고 노조간부를 경영회의에도 참석시켜 경영을 공개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직원들의 복지수준향상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수립을 위해
올해주으로 노사동수로 복지향상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하겠다는 의사도
피력했다.

"앞으로 복지조합의 이상을 실현하기위해 내부적인 단합을 통해 생산성
향상에 더욱 매진, 회사발전에 나선후 적절한 분배를 요구할 계획입니다"

이광우 복지조합의장이 밝힌 각오에서 명신산업의 미래가 밝음을 읽을수
있었다.

< 경주 = 신경원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