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액션물이 주춤한 틈을 타고 깔끔한 유럽 영화 3편이 국내
관객을 찾는다.

"시네마천국"으로 유명한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스타메이커"와
장 폴 라프노 감독의 "지붕위의 기병", 켄 로치 감독의 "랜드 앤 프리덤"이
4~18일 잇따라 개봉되는 것.

3편 모두 작품성과 영상미가 뛰어난데다 감독의 개성이 뚜렷하게 배어
있어 할리우드 영화에 식상한 관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스타메이커"는 내전이 휩쓸고 지나간 이탈리아 시실리의 한 마을이
무대.영화에 출연시켜 준다고 속여 돈을 뜯어내는 사기꾼 조 모렐리
(세르지오 카스텔리토)가 주인공이다.

가난과 전쟁에 찌든 사람들에게 배우로서의 성공은 엄청난 유혹이다.

주인공은 집단 최면에 빠진 사람들을 비웃다가 한 소녀를 만나 진정한
사랑에 눈뜬다.

절망속에서 건져올린 유머와 따뜻한 인간애의 조화라는 호평과 함께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고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후보에도
올랐다.

"지붕위의 기병"은 원작자인 장 지오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정부가 4,000만달러를 지원해 완성한 영화.

콜레라가 기승을 부리던 19세기초 프로방스.오스트리아의 압제를
피해 온 이탈리아의 젊은 기병대장교 앙젤로 (올리비에 마르티네즈)는
오스트리아 첩자들에게 쫓기던 중 귀족부인 폴린 (줄리에트 비노쉬)을
만난다.

그뒤 군자금 전달을 위해 가던 그는 도중에 폴린을 발견하고 동행한다.

전염병과 군인들의 위협속에서 온갖 고초를 겪는 동안 둘은 거부할수
없는 열정에 사로잡힌다.

콜레라에 감염된 폴린을 살리기 위해 앙젤로가 그녀의 알몸을 밤새도록
부비는 장면은 압권이다.

죽음의 골짜기에서 살아난 그녀는 남편에게 돌아간 뒤에도 가슴속에
뜨거운 불씨를 안고 살아가는데 시간이 지난 후 못다한 사랑의 아픔을
치유하듯 앙젤로에게서 편지가 도착한다.

"랜드앤 프리덤"은 스페인 내전을 그린 작품.

영국인 청년 데이빗 (이안 하트)은 한 모임에서 스페인 시민군의 연설에
감명받고 프랑코와 싸우기 위해 전선으로 향한다.

맨주먹으로 길을 나선 그는 뜻을 같이하는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을 만나
다국적 시민군에 합류한다.

이들은 파시스트들이 점령하고 있던 한 마을을 탈환, 모든 토지를
징발하고 공동 분배하는 등 작은 사회주의 공화국을 탄생시킨다.

그러나 이들의 꿈은 정치적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무산된다.

좌절당한 꿈을 안고 고향으로 돌아온 데이빗은 전장의 흙 한줌과
당시의 신문스크랩 사진등을 유품으로 남긴채 쓸쓸히 죽음을 맞는다.

유품을 발견한 손녀가 붉은 머플러에 담긴 흙을 할아버지의 무덤에
뿌리는 라스트신이 인상적이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3일자).